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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문 차장
유승민 의원은 까칠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그건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2005년 그는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은 적이 있다. 그때 박 대표에게 커피를 타다 주거나 대표 자리에 햇볕이 든다고 커튼을 대신 쳐준 적이 없었다고 한다. 비서실장이라면 할 법도 한 일이지만 그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했다. 그래서인지 유 의원은 사석에서 “박 대표가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책·전략적 사고, 사안에 대한 명쾌한 논리는 그의 강한 무기다.
최경환 의원은 부드럽고 원만하다. 딱 부러지진 않지만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장점을 지녔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언론사에서도 일한 적이 있어 조직·공보 감각도 갖췄다. 둘의 성품이 이리 다르다 보니 박 위원장을 대하는 스타일에서 차이가 났다. 시원하게 쓴소리를 내지르는 직선형이 유승민이라면, 쓴소리를 돌려서 할 줄 아는 곡선형이 최경환이다.
둘은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축이었다. 유 의원이 이명박 캠프의 허점을 파고든 공격수라면, 최 의원은 종합상황실장으로 힘을 합쳤다. 하지만 2008년 총선 후 길이 갈린다. 친이계가 득세하자 유 의원은 칩거에 들어가지만 최 의원은 보폭을 넓힌다.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내고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도 한다. 유 의원도 마냥 가만 있진 않았다. 지난해 7월 당 대표 경선에 나서 2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는 홍준표 체제가 흔들리자 다섯 달 만에 최고위원직을 던져 박근혜 비대위가 들어서도록 물꼬를 튼다. 다시 2선행이었다. 이는 최 의원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서로 갈등과 오해가 쌓인 듯하다. 표면화된 건 얼마 전이었다. 유 의원이 지난달 21일 “박 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그게 최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마침 최 의원에겐 공천을 좌지우지했다는 소문이 퍼져 ‘최재오’란 별명까지 붙은 차였기 때문이다. 친박 좌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이 계파를 이탈한 후 둘은 원내에서 친박의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그들의 작은 갈등에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박 위원장이 정권을 잡을 경우 그들이 친이계의 이재오·정두언 같은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분란은 박 위원장이 나서 일단락시켜놨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박 위원장은 대선 레이스를 시작하려는 참이다. 그에겐 직선형·곡선형 참모가 다 필요하다. 당내엔 둘의 갈등이 혹여 더 깊어지면 박 위원장이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될 거란 얘기가 나온다. 당장 박근혜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직선형 참모나 곡선형 참모, 어느 편에서도 ‘소통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게 해선 안 된다. 박 위원장에게서 측근들을 뭉치게 만드는 또 다른 카리스마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측근에게 문제가 생길 때 보스가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현 정권이 너무나 잘 보여주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