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백웰 '휴스턴은 제2의 고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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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중반, 보스턴 레드삭스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함께 피말리는 1위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절박함은 결국 그들을 치명적인 실수로 인도했다.

당시 불펜이 불안했던 보스턴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불펜투수 래리 앤더슨을 데려오기 위해 더블 A에서 3루수로 뛰고 있던 스물두살의 제프 백웰을 포기했다.

보스턴이 자신의 실수를 통감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일 휴스턴은 간판타자 백웰(32)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계약조건은 2002년부터 5년간 8천5백만달러. 카를로스 델가도(토론토)와 같은 평균 1천7백만달러의 연봉은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2520만달러), 매니 라미레스(보스턴, 2천만달러)에 이은 전체 3위의 기록이다.

이로써 휴스턴은 팀 재건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팀의 리더를 붙잡아 두는 데에 성공했다.

올시즌 타율 .310 47홈런 132타점을 기록한 백웰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1루수중 한 명. 91년 신인왕을 따내며 화려한 빅리그 생활을 시작한 백웰은 스물여섯살이던 94년에는 내셔널리그 MVP을 차지하기도 했다.

96년부터 매년 30홈런-1백타점을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꾸준한 타자인 백웰은 특이한 타격폼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어깨보다 약간 넓은 스탠스를 유지하는 반면, 백웰은 어깨의 2배 이상으로 다리를 벌리는 '기마자세'의 타격폼을 갖고 있다.

통산 310홈런을 기록하며 역대 휴스턴 타자중 가장 많은 홈런을 쳐낸 백웰은 타석에서의 인내심도 대단하다. 백웰은 지난 6년동안 671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또한 그는 이미 2번의 30홈런-30도루 시즌을 보냈으며, 수비력 또한 정상급일 정도로 '팔방미인'이다.

보스턴에서 태어나 테드 윌리엄스와 칼 야스쳄스키를 우상으로 삼고 자란 백웰. 이제 휴스턴은 그에게 제2의 고향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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