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사업자 선정과 통신업계 재편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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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가 IMT-2000 사업자로 비동기방식의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을 선정하고 LG글로콤과 하나로통신을 탈락시킴에 따라 향후 통신시장과 재계판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IMT-2000 사업권을 따낸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은 국내 통신시장을 독과점하다시피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된 반면 탈락한 LG로서는 통신사업을 중심축으로 한 장기전략의 전면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LG글로콤의 탈락은 한국통신이나 SK텔레콤이 떨어지는 것보다 국내 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G는 지난 96년 PCS사업권획득으로 2005년까지 삼성.현대를 제치고 재계 최강자가 되겠다는 야심찬 꿈을 수정해야 하는 처지를 맞게 됐다.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의 경우 이번 사업권에서 배제되더라도 다소간의 기업가치하락을 감수한 채 통신사업을 지속할 수 있지만 현 3위 사업자인 LG는 내년에 동기사업자로 전환한다 해도 혼자서 동기방식으로 사업을 할 경우 자생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LG로서는 아예 통신사업 전체를 포기하거나 LG텔레콤,데이콤,하나로통신 등 서비스부문을 일괄 매각하든지, 아니면 장비와 서비스 사업을 병행 유지하는 세가지 방안중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한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통신시장에서 2강 체제를 구축, 통신시장을 양분하면서 회사가치 상승의 효과를 만끽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일본 NTT도코모와의 지분 매각협상에 새로운 힘을 얻게됐으며 NTT도코모와 중국 차이나모바일 등 동북아 3국 제1위 사업자들과의 로밍, 이를 기반으로 한 세계시장 진출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게됐다.

SK텔레콤은 이를 통해 기존 2세대 시장과 3세대 시장을 동시에 석권한다는 꿈을 이루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또한 국내 최고의 기간통신사업자로 유선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통신도 무선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바탕을 마련함에 따라 국내 통신시장 개방에 발맞춰 NTT, BT 등 세계 거대기업은 물론 SK텔레콤과 한판 승부를 겨룰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아울러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작업도 IMT-2000 사업권 획득으로 인한 기업가치 상승으로 무난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며 현재 진행 중인 인력감축계획도 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업권 획득 사업자도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 이미 유.무선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상태에서 3조-5조원 가량의 신규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향후 인수.합병(M&A)도 추진해야 한다.

정보통신부는 이번 IMT-2000 사업자 선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표준방식을 민간자율에 맡겼다가 이를 변경하는 등 일관성없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따라서 정통부는 과열경쟁 등으로 빚어진 업계의 후유증을 조속히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내년도 신규사업자 선정때는 한층 투명하고 매끄러운 심사절차를 확보하고 경쟁적 요소도 더 가미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3세대 기술을 활용하는 IMT-2000에 있어서는 기술자립도를 높여 국내 업체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시장 확대에 나설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것으로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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