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합병 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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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의 노사대립과 합병협상 중단사태는 금융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조와 당국의 시각을 극명하게 노출시켰다.

노조는 이틀밤을 꼬박 행장실을 봉쇄하고 은행장을 압박, 협상중단 발표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노조의 반발은 물론 김상훈(金商勳)행장의 결정에도 강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12일 저녁부터 시작된 국민은행 노조의 행장실 봉쇄 농성은 하루 뒤인 13일 저녁 金행장이 "골드먼삭스 M&A팀 본진이 12일 입국, 주택은행측 컨설팅회사와 합병비율.지배구조 등 합병조건에 대해 협상을 하고 있다" 고 확인하면서 가열되기 시작했다.

오후 10시쯤엔 한 직원이 행장실 앞 복도에서 자해(自害)하겠다며 신나를 붓는 바람에 일부 직원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결국 金행장은 자정이 넘어 직원들 앞에 나와 "합병논의 일시 중단" 을 선언했다.

14일 새벽 노조가 농성을 풀자 이번엔 정부가 발끈했다. 이날 오전 긴급 소집된 경제장관 간담회나 노사정위원회 등 여러 석상에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국민은행 노조와 金행장의 행보를 강력히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은 두 은행 모두 외국인이 대주주여서 정부도 강요할 수 없었다" 고 전제, "먼저 합병을 제의한 것은 김상훈 행장이었다" 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주택은행 합병추진 중단은 다른 은행의 통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택은행 노조가 14일 저녁 본점에서 국민은행과의 합병반대 결의대회를 여는 데 이어 한빛.평화 등 다른 통합 대상 은행 노조들도 은행 강제통합 움직임에 총파업으로 맞설 태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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