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두 마녀, 실은 싱그러운 20대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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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다음달 오리지널 내한공연을 갖는 뮤지컬 ‘위키드’의 주인공 젬마(사진 왼쪽)와 수지. 이들은 공식 행사에서 배역의 특징에 맞게 의상을 선택한다고 했다.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녹새 마녀 젬마는 어두운 색 의상을, 금발에 버블 머신을 타고 날아다니는 수지는 밝은 색 의상을 입었다. [사진 설앤컴퍼니]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두 마녀가 한국에 상륙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9년 째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는 이 대작의 주인공 젬마 릭스(28·Jemma Rix·엘파바 역)와 수지 매더스(28·Suzie Mathers·글린다 역)다.

 24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젬마와 수지는 두터운 마녀 분장과 가발을 벗어 던지고 20대 싱그러운 숙녀로 돌아와있었다. 올 초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아시아투어에 나선 이들은 한국 공연을 위해 23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2009년 호주 공연 때부터 녹색 마녀 엘파바 역을 맡았던 젬마에게 4년 간 마녀로 사는 기분을 물었다. 그는 초록색으로 물든 손톱과 뒷목을 보여주며 “전용크림으로 지우는데도 분장이 남아있다. 못생겨 보이는 분장 때문에 주변에서 걱정도 하는데 나는 이런 내 모습이 자랑스럽다. 오랫동안 좋은 작품의 일원이 된다는 뜻이니까”라고 대답했다. 앙상블로 활동하다 지난해 글린다 메인 배역을 따낸 수지는 핑크색 재킷을 가리키며 “글린다처럼 핑크색을 좋아하게 됐다”라며 웃었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비튼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을 무대에 옮긴 것이다. 도로시를 괴롭히는 사악한 녹색 마녀 엘파바가 실은 착한 마녀였고, 도로시를 돕는 금발의 마녀 글린다가 원래 허영심 가득한 인물이었다는 게 기본 얼개다. 서로 상극일 것 같은 이 둘은 마법학교에서 친구로 만나 우정을 쌓아간다.

 밴드 보컬 출신인 젬마와 호주 명문 아카데미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수지는 엘파바와 글린다처럼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위키드’를 통해 절친한 친구가 됐다. 2007년 오디션장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고향인 호주를 떠나 외국 생활을 하면서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젬마는 “극 중에서 서로 눈을 흘기고 싸우는 장면이 있지만, 서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20대 젊은 나이에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큰 배역을 따낸 것이다. 호주 공연계에서는 떠오르는 샛별이다. 큰 키에 긴 팔다리를 가진 젬마의 음색은 기교가 없고 깔끔하다. 팝(Pop) 보컬이 특징인 엘파바 역에 제격이다. 또 금발에 체구가 작고 여성스러운 수지는 성악 보컬이 특징인 글린다 역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들에게 서로 배역을 바꿔보고 싶지 않냐고 묻자 “물론 그렇지만, 단지 재미를 위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위키드’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라)”라고 했다. 주변의 편견과 오해가 엘파바와 글린다를 마녀로 만들었지만, 실은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모르셔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전세계인이 공감하는 우정 이야기가 있거든요. 한국 관객들을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뮤지컬 ‘위키드’=5월 31일 개막,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5만~16만원,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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