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상 담화 꼼꼼히 살펴보니 결론은 "양보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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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의 16일 담화문 기조는 '3대 현안에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3대 현안은 대일 청구권, 독도, 교과서 왜곡 문제다. 거기에 '은근한 협박, 약간의 성의 표시'와 함께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자는 호소'를 복합적으로 담았다.

우선 담화는 최근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무겁게 받아들인다'(1항), '일본이 아시아에 다대한 고통을 안겨준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4항)는 표현이 그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매우 진지한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일.한 양국의 선인들이 대단한 노력을 해 곤란을 극복하며 현재 관계를 만들어 왔다'는 등의 표현이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 방식에는 한국 측과 인식의 차이가 크다. 현 사태와 관련, '서로의 마음에 맺혀 있는 응어리를 제거하자'고 했다. 이번 사태는 일본 시마네현의 독도 관련 조례 제정과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 대사의 "독도는 일본 땅" 발언으로 촉발됐다. 그런데도 '일본도 서운하다'는 뜻을 '서로의 마음에 맺혀 있는 응어리'로 표현한 것이다. 나아가 '상호 인내와 관용을 가지고 이웃으로서 서로 도와 가는 정신이 필요하다'(4항)고 했다. 양측의 공동 책임으로 몰고가며 일본 측의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뜻이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 시정을 위해 "왜 한국이 상호 인내와 관용을 가져야 하는지"의아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약간의 으름장 '도 곁들였다. 청구권 문제와 관련, "양국 관계 역사의 톱니바퀴를 되돌리는 것은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현상 변화를 시도하면 양국관계가 악화할 것'이란 시사다. '이 점에 관해 한국의 양식을 확신한다'고 한 것은 '일본은 물러나지 않는다'는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외교부 당국자는 해석했다.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양식이 없는 짓이란 경고다. '양국은 함께 전진하는 파트너로 함께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5항)고 했다. '한국이 너무 엇나가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독도에 대해선 "예부터 입장차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각의 주지의 입장은 입장으로 하고'라면서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감정적 대립을 말자'면서 한국이 너무 감정적이라는 비판도 담았다.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적절한 검정'이란 원칙론을 반복했다. 다만 청구권 문제와 관련, '징용자 유골 조사에 대한 협조' 약속을 한 것은 종래보다 진전된 것이다.

안성규 기자

***담화 내용 분석

▶사태 심각성=무겁게, 겸허히 받아들인다.

▶해결 방식=서로의 응어리를 제거하자. 양국의 노력 필요

▶독도 영유권 주장=각각의 주지의 입장은 입장으로 하고

▶대일 청구권=역사의 톱니바퀴를 되돌리는 것은 현명치 않다.

▶교과서 왜곡=공정하고 적절하게 검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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