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굴욕…작년 대졸자 절반이 '백수'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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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름 LA의 한 대학을 졸업한 김모(25)씨. 해를 넘겼지만 여전히 풀타임 직장을 잡지 못했다. 물론 취업의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인턴십이거나 단순 사무직이었다. 김씨는 최근 대학원 진학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좀 더 전문지식을 쌓은 뒤 사회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낮에는 파트타임 일을 하고 밤에는 대학원 준비를 하고 있다. 김씨 주위에도 취직 걱정을 하는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모이면 우스갯소리로 '저주받은 클래스 오브 2011'이라며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한다.

지난해 대학 졸업자들이 11년래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다.

대졸자 2명 중 1명이 1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거나 눈높이를 낮춰 단순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노스이스턴대학 노동시장연구센터가 드렉셀 대학 경제정책 연구소 워싱턴 싱크 탱크와 공동실시한 2011 인구 조사 데이터 분석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학부 학위를 취득한 25세 미만 대학 졸업생 가운데 53.6%에 해당하는 약 150만 명은 일자리를 찾지 못했거나 웨이터 웨이트리스 바텐더 점원 안내원 캐시어 등 대졸 미만 학력자가 주로 종사하는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53.6%는 지난 11년래 최악의 수치이다. 센터 측은 구직에 실패한 졸업생의 절반 가량이 저임금 직종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와이오밍 뉴멕시코 아이다호 등 마운틴 웨스트 지역이 최악을 기록했다. 5명 졸업생 가운데 3명이 일자리가 없거나 단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그 뒤를 앨라배마 켄터키 미시시피 테네시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하와이 오리건 워싱턴 등이 이었다.

매년 오르는 학비를 부담하는 가운데 취업시장까지 꽁꽁 얼어붙자 5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전전긍긍 하고 있다. USC UCLA 등 남가주 11개 대학교 한인 학생들의 모임인 '총대' 조슈아 박(21) 회장은 "지난해 졸업생 가운데 여전히 풀타임 직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꽤 많다"며 "이를 뻔히 아는 올해 졸업 예정자들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은 비싼 학비를 내고 대학 졸업장을 취득해도 결국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사실에 의욕을 잃고 있다.

동부 명문 사립대에 재학중인 한 한인 학생은 "주위를 보면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고도 단순 사무직에 종사하는 선배도 있다"고 전했다. 총대 박 회장 역시 "풀타임 직장을 얻을 때 까지 전공과 상관없는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돈을 버는 선배들중 상당수가 불투명한 앞날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최근 대졸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 불경기와 함께 과거에 비해 대학 졸업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향으로 취업시장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20년까지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위 30개 직종에서도 반드시 학사 학위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교사, 대학교수, 회계직 종사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센터 측은 과학, 교육, 보건 관련 전공자의 경우엔 동물학, 인류학, 철학, 인문학 등을 전공한 졸업자에 비해 취업이 용이한 편이라고 밝혔다.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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