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기업의 일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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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태어나서 갖가지 일을 겪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지요. 흔히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말하지요.

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창업 이후 잘 커 나가다가 건강관리를 못해 병에 걸리고 이후 치료를 제대로 못하면 역시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기업의 건강관리란 예컨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경영을 잘 하는 것이고, 병이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을 져 적자에 빠지는 것을 말합니다. 치료란 빚을 줄이는 작업, 즉 감원(減員)과 같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뜻합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잡지인 포천은 이처럼 기업의 흥망과 성쇠를 알아보기 위해 기업의 수명(life span)을 조사하곤 하죠. 1970년의 '포천 5백대 기업' 중 3분 1이 13년 뒤인 83년에는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 기업은 경쟁력을 잃어 돈벌이가 시원치 않게 되자 다른 기업에 팔려가거나(전문용어로 인수.합병, 흔히 M&A라고 쓰지요) 기업을 작게 나누는(분사, spin off라고 합니다)과정을 거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자, 이제부터 기업의 일생은 어떤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기업은 우선 뜻이 맞는 사람(창업주주)들이 모여 각자 돈을 투자해 대부분 주식회사 형태의 조직을 만들면서 탄생하게 되지요.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자기가 낸 돈 만큼 의사결정권을 갖게 되는데, 자본주의 경제의 등뼈 같은 역할을 하는 조직입니다.

이렇게 태어난 기업은 돈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회사가 커가면서 늘어나는 종업원과 새 기계 구입, 공장확장 등에 필요한 거죠. 사람이 커가면서 더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이때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회사를 만든 주주들이 추가로 돈을 내는 방법도 있지만 새로운 주주를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신생 기업에 돈을 대주는(투자하는)사람을 엔젤(Angel)이라고 부릅니다. 망할 지도 모르면서 돈을 대주니 천사와 같이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 같은 기업에 뭉칫돈을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이라고 하지요. 투자한 기업이 망하면 큰 돈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모험자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겁니다.

아주 여러 사람으로부터 돈을 모으는 방법도 있어요.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이란 곳을 들어봤나요. 주식을 새로 발행해 일반인들에게 팔아 자금을 모으는 곳이지요. 신문에 주식공모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그게 바로 이겁니다.

돈을 모았다고 해도 잘 팔리는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면 기업은 또 돈에 쪼들리게 됩니다.

대우그룹 보십시요. 수십개의 회사를 거느린 대그룹이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망해버렸잖아요. 은행이나 주식시장에도 내년 우리나라 예산과 맞먹는 1백조원이나 빌렸는데도 잘 팔리는 물건을 만들지 못해 결국 해체되는 비운을 맞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수많은 기업들이 태어나고 또 한쪽에서는 죽어가고 있지요.

일단 병에 걸린 기업들은 그 정도에 따라 여러가지 치료법을 찾게 됩니다. 우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라는게 있습니다.

이는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돈을 추가로 대주는 대신 그 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는 거예요.

다행스럽게 이 단계서 건강을 되찾은 기업은 다시 살아나지만 회복이 안되면 법원으로 가거나 아예 죽음을 맞게 됩니다.

법원으로 간다는 말은 화의 또는 법정관리를 뜻합니다.

화의는 돈만 좀 더 대주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쓰는 방법인데 이때 회사의 경영권은 돈을 대준 은행에 넘어가지요. 화의 치료를 받는다고 회사가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예요. 기아자동차 알지요. 화의라는 치료를 받다가 결국 회복되지 않아 현대자동차로 팔려갔잖아요.

보다 중증인 기업은 법원관리를 신청하게 됩니다. 이 경우 법원이 회사를 살릴 지, 사망선고를 내려야 할 지 결정하게 됩니다. 법원이 살릴 기업으로 판단하면 관련법에 따라 빚을 동결하며 회생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앞에서 말한 M&A라는 것도 병든 기업 치료법 중 하나이지요. M&A시장에는 여러 기업들이 '나 좀 사가세요' 합니다.

혼자 힘으로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이 다른 튼튼한 기업에 팔려가려고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이죠.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이 처리될 수 있는 이런 시장이 넓어야 경제가 건실해 집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죽어가는 기업으로 계속 돈이 빨려 들어가 낭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실기업을 빨리 몰아내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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