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리사인사, 한글도메인 선점 사전인지

중앙일보

입력

한글도메인 등록을 최종 관리하는 미국 베리사인사(社)가 주요 한글도메인 선점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 한글도메인 등록을 무리하게 진행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베리사인사 CEO 스트래튼 스클래보스(Stratton Sclavos) 사장은 11일 "코드방식을 통한 한글도메인 선점사실을 등록개시일(지난달 10일) 2개월 전부터 회사측에서 알고 있었으나 이들 도메인이 소수인 점을 감안해 문제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클래보스 사장은 이날 한국전자인증이 주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히고 "몇몇 영리한 사람들(clever people)이 프로덕션 시스템에 등록하는 방법을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알아내 도메인을 선점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선점된 도메인은 현재 등록된 전체 다국어 도메인의 2% 미만이며 이는 이달 말께 1% 미만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해 베리사인사의 도메인 선점 문제 해결에 대한 소극적인 입장을 여전히 드러냈다.

스클래보스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13일 제기된 주요 한글도메인 선점에 대한 국내 도메인 등록업체의 항의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베리사인사가 도메인 선점 사실을 사전에 알았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따라 베리사인사는 한글도메인 선점에 대해 베리사인측의 공식 해명 요구와 함께 법적 대응을 준비해 왔던 국내 도메인 등록업체들의 `공격''에 한층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스클래보스 사장은 이어 "베리사인사가 도메인 선점에 대해 공식입장을 지연한 것은 베리사인 의 다국어 도메인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현재로서는 시험용 시스템(testbed)에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내년 중 정식 서비스에 들어가는 다국어 도메인 서비스의 프로덕션 시스템에 대한 권한은 현재 국제도메인관리기구(ICANN)가 쥐고 있다.

한편 스클래보스 사장은 이날 "내년 중 다국어 도메인 정식 서비스를 실행하는 프로덕션 시스템이 가동되기 전에 선점된 도메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CANN 등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한글도메인 선점문제는 `한글.com'', `주식.com''등 인기높은 일부 특수단어(슈퍼키워드) 도메인 1천여개가 등록 개시일 이전에 이미 등록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도메인 등록업체들과 베리사인사가 마찰을 빚어왔다.

한글도메인 선점은 2바이트 부호(코드)로 표시가능한 한국어를 영문 및 숫자로 만들어진 임시부호(RACE 코드)로 변환한 다음 다시 영문도메인을 등록하는 방법을 통해 이뤄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