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첫 배상판결, 소액주주 승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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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작으로 손실을 입은 소액주주들이 펀드매니저 등 작전세력이 소속된 금융기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吳世彬 부장판사)는 5일 유모(64)씨 등 대한방직 주식을 판 소액주주 21명이 LG해상보험과 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들에게 2억1천여만원을 지급하라" 고 판결했다.

이는 기관투자가 소속 직원들의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어서 앞으로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또 주가조작으로 인한 손해액은 매수가격인 조작 주가에서 해당 주식의 적정주가를 뺀 액수라고 밝혀 처음으로 작전에 따른 손해배상의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종합주가지수가 하락세였던 1997년 1~11월 대한방직 주가가 주당 7만3천원에서 14만2천원까지 오른 뒤 11월 이후 1만8천1백원까지 하락한 것은 두 기관 직원들의 작전 때문이었다" 고 판정했다.

또 재판부는 "당시 14만~15만원대에 주식을 산 원고들이 작전 직전 가격인 7만3천원을 기준으로 매수가격과의 차액을 배상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작전 이전의 최고가인 10만2천원을 적정가격으로 보아 그 차액인 4억2천여만원을 피해액으로 산정한다" 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들도 주가가 급락함에도 적절한 시기에 주식을 처분하지 않은 잘못이 있어 피해액의 절반에 대해서만 피고측의 책임을 인정한다" 고 밝혔다.

유씨 등은 작전이 시작된 97년 11월 5~25일 대한방직 주식을 샀다가 작전이 끝난 후 헐값으로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입었다.

1심 재판부는 "주가 하락은 외환위기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때문으로 보인다" 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었다.

작전세력인 LG화재해상 투융자팀장과 제일은행 자금부 과장 등은 98년 11월 서울고법에서 벌금 2천만원씩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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