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전자증권거래소' 설립 경쟁

중앙일보

입력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 전자증권거래소(ECN)설립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ECN이란 증권시장 마감 이후에도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주식을 사고파는 시스템으로 기존 증권거래소와 달리 온라인 상에서 운용되는 전자증권거래소다.

이 시장이 개설되면 투자자들은 한밤중에도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되는데 초기에는 당일 종가기준으로만 거래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의 단초는 지난달 21일 대우 등 대형사 7개가 공동으로 지난달 ECN을 설립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비롯됐다.

정부가 내년 중 ECN의 설립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중복투자를 피하고 증권사 주도로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동양.신한.한빛 등 15개 중소형사는 대형사들이 컨소시엄을 개방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중소형사의 경우 대형사 중심으로 구성된 ECN에 참여하지 못하면 주식 거래량.매매대금 등 유동성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ECN이 복수로 설립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증권거래소와 증권전산 출신 인력이 만든 사이벡스가 ECN을 추진 중이며, 미국의 마켓XT와 인스티넷 등도 경쟁적으로 국내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게 바로 그것. 증권연구원 손영락 선임연구원은 "ECN이 제대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장치와 투자자를 위한 운용체제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지 ECN 회사의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고 말했다.

또 중앙대 경영학과 장경천 교수는 "모든 증권사가 모여 하나의 ECN을 만들면 기존 증권거래소와 다를 바가 없는 만큼 다수의 ECN을 만들어 경쟁시키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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