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10년 호황 막내려

중앙일보

입력

미국 경제의 10년 호황이 마침내 막을 내리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는 한결같이 경기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이제 기대할 것은 경제에 큰 충격이 없도록 연착륙이나 해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같은 상황을 놓고 "잔치는 끝나고 손님들은 돌아가고 있다" 고 표현했다.

◇ 금융시장은 출렁〓주가.금리.환율이 모두 불안한 상황이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한달간 23%나 하락해 월간 기준으로는 '블랙 먼데이' 로 불리는 1987년 10월의 주가 대폭락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대선일인 지난달 7일 이후에만 24%가 빠졌다. 연초에 비해서는 36%나 하락했다.

이 상태로 연말까지 간다면 연간 최대 하락폭을 경신하게 된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지난 10~11월 투기등급 채권(정크본드)의 발행 실적이 9년 만에 가장 저조했다. 이들 채권의 금리는 8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달러화의 가치도 지난달 30일에는 유로당 0.87달러로 전날보다 1.7% 하락하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전반적인 약세를 기록했다.

◇ 기업 실적은 휘청〓미 경제의 핵심 업종인 컴퓨터와 자동차 산업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다.

미 PC업계 4위인 게이트웨이는 추수감사절 매출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주가가 35.6% 폭락했으며, 인텔.마이크로 소프트.델컴퓨터 등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제너럴 모터스.포드.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체들도 지난달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3분기에 7.8%에 그쳐 2분기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기업 순익 증가율도 0.6%에 불과했다.

◇ 소비심리는 꽁꽁〓실업이 증가하면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연말 경기의 부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주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은 35만8천명으로 1주일 전보다 1만9천명(5.6%) 늘었다.

개인소득도 연방 정부의 농업 보조금 지출 감소에 따라 지난 10월 0.2% 감소했으며, 세금을 뺀 실제 수입은 0.4%나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10월 소비지출 증가율은 0.2%로 6개월 만에 가장 낮았고, 저축률도 마이너스 0.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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