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미국 증시 전망 엇갈려

중앙일보

입력

"증시의 혹한은 이제 시작일 뿐. "
"증시의 추가 폭락은 더 이상 없을 것. "

잇따른 악재로 휘청거리는 미국 증시의 향후 전망을 놓고 권위있는 언론과 전문 애널리스트들이 이처럼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투자자들은 어느쪽 말을 믿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첨단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지난 3월의 최고점 대비 45%나 하락했고 지난 7일 미 대선 이후에만 19% 가량 떨어졌다.

월가는 일정 기간에 주가가 20% 이상 떨어질 경우 '침체장(bear market)' 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지수상으로는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있는 상태다.

침체장을 주장하는 이들은 현 주가에는 아직도 거품이 많이 끼어 있으며 향후 기업실적 악화, 경기둔화 등이 제대로 반영될 경우 주가의 추가 하락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반면 최근의 하락세를 '조정(correction)' 국면으로 보는 이들은 투자심리가 아직 꺾이지 않은 데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튼튼해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 침체장 지속의 주장=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기업들의 수익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현재 고평가돼 있는 기술주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 기업들의 3분기 수익은 전년 대비 평균 18% 증가했으나 4분기 이후에는 경기 둔화에 따른 매출 감소로 실적 전망이 어두운 편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도 S&P500에 편입된 기업들의 4분기 수익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15.6%에서 10.7%로 끌어내렸다.

비즈니스위크도 최근 "주가 상승을 위해선 거래량의 증가와 함께 금리 인하와 같은 모멘텀이 필요하나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그런 일이 없을 것" 이라고 보도했다.

증시 분석기관인 로이트홀드 그룹은 "고평가된 TMT(기술.미디어.통신 관련)주식들이 실적 둔화로 주가 수익률(PER)이 역대 평균치까지 떨어질 경우 S&P500 지수는 추가로 42% 폭락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벨킨은 "주가가 2백주 이동평균선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며 "이는 오라클의 경우 53%, 시스코 시스템스의 경우 46%의 추가 하락을 의미한다" 고 말했다.

◇ 상승장 반전의 주장=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필립 코건과 앤드루 힐은 이코노미스트의 침체장 주장에 맞서 "악재가 많긴 하지만 현 장세를 침체장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 펀드협회인 ICI 조사로는 뮤추얼 펀드로 유입되는 돈이 아직까지는 빠져나가는 돈보다 많다" 며 투자심리가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페인웨버와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기대치는 낮아졌지만 긍정적인 전망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골드먼삭스의 애널리스트인 애비 조셉 코언은 '낙관론자의 어머니' 라는 별명답게 "현재 미 경제의 펀더멘털은 지난 3월 증시 폭락 때보다 더 건전하다" 며 "증시는 곧 상승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코언은 연말까지 S&P500 지수가 현재의 1, 300선대에서 1, 570선대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메릴린치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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