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리냐"…금감원, 검찰 희생양 삼기 반발

중앙일보

입력

'정현준 게이트' 에서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의 수뢰혐의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던 검찰이 '진승현 게이트' 로 다시 금감원에 초점을 맞추자 금감원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한스종금 신인철 전 사장의 비밀장부에서 정계나 법조계 인사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며 수사 초기부터 금감원에 화살을 겨눌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 이후 두달 이상 임직원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했지만 밝혀진 혐의라곤 김영재 부원장보밖에 없었다" 며 "검찰이 또 금감원을 흔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는 반응이다.

◇ 검찰의 시각=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 때 금감원이 A4용지 두장 분량의 고발장을 0시20분에 접수시킨 것부터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동방금고 불법대출을 금감원이 성급하게 언론에 공표하고 내용없는 고발장부터 보내는 바람에 관련자들이 모두 도피, 검찰만 껍데기 수사로 질타를 받았다는 불만이 많다.

금감원이 여섯차례나 MCI코리아의 불법대출 사실을 적발하고도 이를 종합해 한 사건으로 다루지 않고 건건으로 처리한 부분도 검찰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 5~7월께 한스종금은 금감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생사가 엇갈릴 처지에 있었던 만큼 당연히 로비 유혹이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 금감원의 항변=동방금고나 한스종금 모두 로비대상은 비은행검사국인데, 두달이나 끈 동방금고 수사 때 나오지 않은 수뢰혐의가 한스종금 수사에서 나올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금감원 간부는 "잘못이 있다면 빨리 수사해서 처벌해야 나머지 직원들이 일할 수 있다" 며 "벌써 석달째 이런 저런 의혹만 가지고 금감원을 흔들어대면 남은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 업무는 어떻게 하느냐" 고 하소연했다.

이 간부는 "검찰은 이미 지난 7월 한스종금 수사를 시작했으면서 진승현씨를 초동 수사단계에서 구속하지 않았고, 고창곤씨도 그냥 내버려뒀다" 며 "이제 와서 금감원이 陳씨나 高씨를 왜 진작 고발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 지적했다.

결국 검찰이 상대하기 어려운 정계나 법조계 인사를 수사대상에서 빼는 대신 금감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 금감원 내부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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