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빨리빨리’ 기질, 디지털시대에 가장 적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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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가장 적합한 민족이 바로 우리 민족입니다.”
한국IBM에서 30여년을 근무하며 수석전무까지 역임하다 최근 모바일 B2B 솔루션 전문 개발업체 바이텍시스템으로 자리를 옮긴 김형회 회장(56)은 단정적으로 말했다.

“우리는 혼자 하는 일에 강합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민족이죠. 그러니까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일이 많은 네트워크 시대에 얼마나 적합합니까. 또 우리 민족은 ‘빨리 빨리’ 하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이것만큼 디지털 시대에 맞는 기질도 없습니다. 인터넷 시스템의 경우 부실공사여야 하거든요. 빨리 만들어 놓고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며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게 제일입니다. 이런 측면만 봐도 21세기가 우리 민족의 기질과 얼마나 맞는지 아시겠죠.”

따라서 김회장은 경제 위기, 벤처 거품에 대해 결코 의기소침해 하거나 낙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강조한다. 또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란 말도 잊지 않는다.

김형회 회장이 일관되게 역설해 온 것은 ‘투명 경영’. 투명하지 않으면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투명성이 경쟁력의 가장 큰 관건입니다. 투자자가 제일 먼저 보는 게 기업 특히 경영자의 투명성이거든요. 올 봄 IBM에 근무할 당시 한국 벤처기업 대표들과 미국을 둘러보고 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현지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을 만나 들은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들은 투자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 제일 먼저 CEO의 정직성과 도덕성을 본다는 겁니다. 시장 가능성이나 기술 등은 이차적인 고려 대상이라는 거죠.”

김회장은 특유의 투명 경영이란 관점에서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 원인을 진단한다.

“현재 세계 기업들은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합니다. 좀 부족하고 모자란다 싶은 부분은 모두 아웃소싱(outsourcing)을 주죠.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들 보십시오. 하나부터 열까지 자체적으로 다 하고 있잖아요. 특히 정경유착 등으로 그동안 경영을 투명하게 하지 못했으니까 지금 와서는 아웃소싱을 줄 수가 없습니다.

모든 비리가 드러나는데 누가 외부에 일을 맡기겠어요. 그러니까 조직만 비대해지고 경쟁력은 점점 더 없어지는 거죠. 투명 경영만 했었어도 지금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겠죠.”

김회장은 이와 관련, 한 가지 일화를 들려준다.

“IBM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입니다. 서울에 체류할 동안 제가 그의 부인을 수행하며 서울 관광을 시켜주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간 후 비공식적으로 쓴 비용의 내역을 보내달라는 편지가 오더군요.

내역을 뽑아 보내주었더니 회장 개인 발행의 수표가 왔더라구요. 이 이야기를 우리나라 모 재벌기업 임원들에게 해주었더니 ‘그렇게 쫀쫀해서 어떡해 살아’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투명한 것은 쫀쫀하다’고 말해주었죠.”

김회장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한다. 30여년간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며 얻은 모든 경험들을 이제 벤처기업에 전수해주고 싶다는 게 김회장의 작은 소망이다.

“제가 1969년 IBM 입사할 당시 사번이 34번이었습니다. 지금의 바이텍시스템 직원수가 60명이 넘으니까 이보다 조직이 훨씬 더 작았죠. 여기서 일을 하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나면서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IBM에서 일할 때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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