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학생 칼럼

중요한 것은 통일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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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송지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각종 통일 관련 정책을 보면 과연 그것이 국가 미래에 대한 올바른 상황판단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 세대로서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통일의 부담을 질 수 있을까. 통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통일은 다음 세대를 위한 작업이어야 한다. 물론 통일이 분단의 위험을 제거하고 평화로운 삶을 정착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왜 통일이 필요하고 어떤 통일을 원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통일의 부담을 실제로 짊어져야 할 젊은 세대를 통일 과정에 동참시킬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보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통일이라는 한마디로 과정마저 당연시돼선 안 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생각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귀는 많지 않다. 그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통일을 당연시하는 주장을 그들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 젊은 세대에게 ‘당위로서의 통일’은 낯설기만 하다. 젊은이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인 얘기를 강조하면 세대 간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갈 것이다.

 우리 사회는 남북관계를 언급할 때 그 최종적인 목표로 항상 통일을 언급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부’ ‘통일세’ ‘통일연구원’ 등 대북정책에 관련된 것들은 대부분 통일을 말한다. 통일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 간 평화적 공존공영이다. 통일은 올바른 남북관계 정립을 위한 방법론 중 하나다. 통일이 가져오는 다양한 편익이 대북정책의 목표가 되고, 통일은 그런 개선된 남북관계 확립을 위한 도구로 활용돼야 하는 것이지 통일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안정적인 남북관계 구축을 통해 평화와 번영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한 국가로 통합될 필요도, 굳이 통일의 부담을 다음 세대가 짊어질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냉정하게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 중국은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이상 통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남한의 통일정책을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다. 이미 국력이 기울고 수세에 몰려 있는 북한이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남한 중심의 통일은 오히려 북한의 폐쇄성을 심화시킨다. 재래전을 감당할 경제력이 없는 북한은 핵에 매달리고 있다.

 분단 이후 6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너무 한 가지 길만을 고집했다. 아직도 통일정책 기저에는 북한을 흡수 대상으로 바라보는 보수적 시선이 깔려 있다. 현재의 북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흡수통일은 결국 다음 세대에 대한 부담을 의미한다.

 천천히 가도 상관없다.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북한이 원하지 않는 한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북한이 안심하고 개혁·개방에 나서고 대화에 참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후 통일보다 공존공영을 위한 현실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그것이 다음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송지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