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맨의 자산 리밸런싱 … 싼 이자로 주택담보대출 받아 ELS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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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선임기자

2012년도 벌써 한 분기가 지났다. 주식시장은 1분기 중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남겼다. 코스피지수는 약 10% 상승했다. 그러나 지수 2000 고지를 회복한 뒤 기운이 쑥 빠진 모습이 역력하다. 잠깐 지수 2050선을 밟고는 연일 갈지자 걸음이다.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드는 변수가 여럿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고용·주택·소비·생산 등 지표들이 좀 나아지는가 싶다가도 이내 큰 기대를 걸기는 시기상조임을 알리는 등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금 시장은 잔잔한 물결에 확대경을 들이대고 그 오르내림에 일희일비하는 꼴이다. 글로벌 경기는 앞으로도 몇 년은 ‘L자형’의 게걸음을 지속할 것이며, 결국 최근 시장은 돈의 힘으로 밀려올라간 ‘유동성 장세’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여전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물론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더 오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돈 가진 사람들(외국인 투자자)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참으로 가늠하기 힘들다. 게다가 요즘엔 엔화가치의 급락과 국제 유가의 급등이라는 불청객이 시장 주변을 배회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은퇴를 앞둔 증권회사 직원 김모(52)씨의 선택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직업상 오랜 기간 주식투자에 열중했지만 결국 고생 끝에 얻는 것이라곤 은행 금리를 약간 상회하는 수익이 전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게 바로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의 세계다. 김씨가 이제껏 모아놓은 재산이래야 시가 6억원대의 아파트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 금융자산 2억원이 전부다. 그는 은퇴 뒤 거주하는 집에서 주택연금을 뽑아 쓸 요량이었는데, 생각을 바꿔 직접 주택을 유동화해 보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ELS로 굴리는 방법이다.

김씨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3억원을 빌렸다. 그는 개인신용도가 높아 연 4.6% 선의 금리에 25년 장기모기지론이 가능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연 수익 10~12%가 제시되는 월지급식 ELS 30개에 1000만원씩 분산 투자했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개별 종목의 주가에 연계된 것은 피하고 코스피와 미 S&P지수, 홍콩 항셍지수, 원자재 등에 연계된 ELS로 한정했다. 이런 기초자산들이 반 토막만 나지 않으면 목표 수익을 보장받는 상품들이다. 김씨는 자신의 ELS들에서 손실이 날 위험은 크지 않으며, 설사 몇 개에서 손실이 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철저히 투자 대상과 기간을 분산해 놨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김씨는 매달 세금을 빼고 230만원 정도의 수익금을 손에 쥔다. 그리고 은행에 대출이자로 약 115만원을 낸 뒤 나머지 115만원을 순수익으로 챙긴다. 김씨는 이 돈을 다시 적립식으로 ELS에 투자해 연 1400만원 정도를 쌓아나가고 있다.

그래도 좀 무모한 것 같다고 하자, 김씨는 “코스피지수가 2200까지 가봐야 지금부터 얻을 수익은 10%가 채 안 되고, 거꾸로 까먹을 위험까지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 아니냐”며 “ELS는 분산투자하면 연 10% 수익은 너끈히 챙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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