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보름달이 된 반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4호 04면

‘한국 가요계의 전설’ 반야월(1917~2012) 선생이 26일 타계하셨다는 소식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그가 남긴 수많은 히트곡을 2, 3절까지 흥얼거리게 됐습니다. 2절에는 1절 못지않게 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아쉬운 이별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별세가 더욱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울고 넘는 박달재’의 2절은 이렇습니다. “부엉이 우는 산골 나를 두고 가는 님아/ 돌아올 기약이나 성황님께 빌고 가소/ 도토리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며/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 (1950, 반야월 작사·김교성 작곡).

1959년 내놓은 ‘유정천리’(세상을 원망하랴 내 아내를 원망하랴/ 누이동생 혜숙이야 행복하게 살아다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인생길은 몇 구비냐/ 유정천리 꽃이 피네 무정천리 눈이 오네)나 68년작 ‘소양강 처녀’(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 이렇게 기다리다 멍든 가슴에/ 떠나고 안 오시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도 마찬가지네요.

1940년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로 시작하는 ‘불효자는 웁니다’를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선생은 ‘단장의 미아리 고개’ ‘산장의 여인’ ‘아빠의 청춘’ ‘소양강 처녀’ 등 3000편이 넘는 노랫말을 지어 우리 가요를 풍요롭게 했습니다. 자신을 낮추기 위해 지었다는 반달이라는 뜻의 반야월(半夜月)은 이제 비로소 보름달이 되어 한국 가요계를 영원히 밝혀주고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