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공농구 진수 선보인 스펜서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 최장신 용병 듀안 스펜서(28)가 고공농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기아의 상위권 도약에 청신호를 밝혔다.

스펜서는 16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와의 올시즌 첫 경기에서 올시즌 최다인 2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 제공권을 장악했고 골밑에서 26점을 득점, 전통의 라이벌 현대를 꺾는 첨병 역할을 했다.

특히 이날 경기는 3년 연속 용병 최우수선수(MVP)인 현대 조니 맥도웰의 복귀전이어서 모든 관심이 맥도웰의 활약과 현대의 전력 강화 여부에 쏠려 있던 상황.그러나 막상 무대의 막을 열자 주인공은 맥도웰이 아니라 스펜서로 교체돼 있었다.

스펜서가 큰 키와 긴 팔을 이용해 골밑으로 저돌적으로 파고드는 맥도웰을 수비하자 '골밑투입=2점'이라는 등식을 성립시켜왔던 맥도웰은 번번이 쉬운 골밑슛을 놓쳤고 현대 공격은 내내 겉돌았다.

반면 기아는 강동희와 스펜서의 호흡이 척척 들어맞아 쉽게 득점을 올릴 수 있었고 스펜서의 수비 리바운드에 이은 속공이 전방의 김영만과 로프튼에게 척척 연결됐다.

48점을 합작한 강동희와 김영만이 이날 외곽에서 마음놓고 슛을 던질 수 있었던 것도 스펜서가 골밑에서 버티고 있어 든든했기 때문.

공격에서도 수비수를 등지고 돌아서며 쏘는 터닝 훅슛이 일품이었고 중거리슛까지 정확해 앞으로 다른 구단에서 수비하는데 애를 먹을 전망이다.

전날까지 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0.8점, 12.8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보인 스펜서는 207㎝의 신장으로 외국인 선수 중 최장신.

미국프로농구 LA레이커스의 '공룡센터' 샤킬 오닐과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에서 선수생활을 한 스펜서는 국내 용병 중에서 흔하지 않은 정통 센터여서 박수교 감독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스펜서는 "팀 승리에 기여해 기쁘다"며 "한국 농구에 점점 적응하면서 경기도 잘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