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립대 교수들, 기득권 지키자는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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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국 38개 국립대 가운데 31개대가 총장 직선제 폐지를 결정했다고 한다. 교수들의 찬반 투표나 총장 직권으로 폐지를 결정했다고 하니 국립대가 직선제의 폐해를 인정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총장 선거 때마다 대학 사회가 학맥과 인맥으로 분열되고, 선거 후엔 총장이 4년 내내 자신을 밀어준 교수들에게 보직을 나눠주는 구태(舊態)가 이제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전국 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국교련)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불신임하는 투표를 벌이면서 내세우고 있는 직선제 폐지 반대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겠다는 주장에 불과하다. 교수들의 입장에서는 직선제 폐지와 대학의 행·재정적 지원을 연계한 정부의 국립대 구조조정 방안이 영 마뜩잖을 수 있다. 그래서 이를 정부의 간섭으로 여기고 대학 자율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4년마다 정치판으로 변하는 대학 사회의 처참한 몰골을 겪어본 교수들이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국교련이 변화를 거부하고 국립대들의 변화에 어깃장을 놓겠다고 나온다면 이는 교수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교과부는 끼리끼리 파벌로 뭉쳐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대학을 운영하겠다는 국립대에 재정을 낭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직선제를 버리고 총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대학 발전의 적임자를 찾아 선임하는 대학, 교수들의 교육과 연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체적인 성과급 연봉제를 구축해 시행하는 대학이 그렇지 않은 대학에 비해 혜택을 더 받는 건 온당하다.

 교과부는 국교련 등이 반대하는 국립대 구조조정 방안을 더욱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 또한 국립대가 직선제 폐지 등을 약속했다면 지원금만 따내고 과거로 회귀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과부와 국립대가 맺고 있는 업무 협약 내용에 회귀를 막는 단단한 장치를 둘 필요도 있다. 대학과 교수의 반발로 국립대 구조조정이 유야무야되곤 했던 전철을 되밟을 여유가 이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