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게이츠' 샴바흐 회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구 동독 지역 출신으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 사장이 돼 '독일의 빌 게이츠' 로 불리는 인터샵커뮤니케이션즈의 슈테판 샴바흐(29.사진)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첫 방한.

13일 오후5시, 비행기에서 내린 지 두 시간만에 가죽 자켓을 걸치고 나타난 그는 "어떤 환경에서도 비전과 도전정신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92년 고향인 예나에서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인터샵을 세웠다.

4년 뒤 "벤처의 본바닥에 가자" 며 혈혈단신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건너가, 종업원 5명에 불과했던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된 직원 1천여명 규모의 회사로 키워냈다.

타임지와 뉴스위크에서는 그를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마르크스와 헤겔.엥겔스의 강연활동 등으로 '철학의 고향' 으로 불리던 예나는 인터샵 연구개발 본부가 있는 첨단 연구개발 도시로 변모했다.

14세 때 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등 일찍부터 첨단기술에 흥미를 갖고 '자본주의 경제' 에 눈을 떠 온 그는 독일이 통일되던 90년 봄 시스템통합 회사를 설립, 1년동안 경영했다.

인터샵은 두 번째 회사인 셈. 인터샵은 원래 독일 통일 전 자본주의 국가에서 들여온 제품을 판매하던 동독 상점의 이름. 그는 "이름을 잘 붙여 초기 마케팅에 필요한 예산 수백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다" 고 말한다.

"창업 초기엔 자본주의 경제 인프라도, 벤처캐피털도 없는 황무지 상태였다" 는 샴바흐 회장은 96년 당시 독일에서 개념도 생소했던 창투사를 물색하기 위해 일간지에 광고까지 낸 끝에 자금투자를 받게 된다.

겨우 5명의 직원을 가진 회사가 투자받은 금액은 1백만달러. 3주 후 그는 신용카드 2장만 달랑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시장의 80%를 잡고 있는 미국 본토에 들어가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는 그는 "영어도 한 마디 못했'고 미국 경제나 소프트웨어 시장에 관한 것 등 뭐 하나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몸으로 부딪혀가며 일했다" 며 당시를 회고한다.

벤처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5~7년 뒤까지 무엇을 할 것인지를 미리 계획할 수 있는 비전이 있어야 하고, 책임과 성공을 나눌 줄 알아야 하며,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 고 말한다.

한국의 많은 업체들이 나스닥 문을 두들기고 있는데 대해 그는 "나스닥 등록이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고 포레스터 리서치 등 저명한 리서치 회사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 사업을 할 경우에만 유리하다" 고 충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