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으로 층수 높인 북한산 콘도 … 편의 봐준 공무원 31명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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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시작된 ‘북한산 콘도 인허가 과정에 대한 서울시 감사’ 결과 대규모 인허가 비위 사실이 적발됐다. 박 시장이 올 초 현장을 방문해 “어떻게 콘도가 들어설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문제점을 밝히라고 지시한 지 2개월여 만이다.

 서울시는 28일 강북구 우이동 산 14-3번지 일대에서 건축 중인 북한산 콘도 개발 과정에서 건물 높이를 비정상적으로 허가해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심사에 참여했던 도시계획위원을 해촉하고, 공무원을 문책하기로 했다. 허가 과정에서 규정 위반은 15건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 감사관실은 콘도 건설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황상길 감사관은 “업무를 소홀히 처리한 공무원 31명을 비위 경중에 따라 문책할 방침”이라며 “도시계획위원 6명을 해촉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건축 허가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여 대규모 문책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2008년 강북구는 ‘북한산·남산 주변 최고 고도지구 완화기준’을 검토하지 않은 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북한산 콘도 신축 계획을 상정했다. 이에 따라 전체 14개 동 중 10개 동을 규정보다 3.16~3.58m 더 높은 6층(25.6m)~7층(28m)으로 지을 수 있게 했다. 이곳은 3면이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둘러싸여 있고, 남측은 하천으로 단절돼 있어 주변에 주택이 없다. 따라서 자연녹지지역으로 분류돼야 하지만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해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건축 과정에서도 시행업체가 콘도와 연결된 수영장을 합쳐 지하층 산정 기준으로 신청한 사실도 나타났다. 또 진입도로 건설을 위해 10m 정도 산을 깎아 자연경관을 훼손했다. 이 과정에서 강북구도 조망권 확보를 위해 콘도를 공원 경계로부터 50m 떨어뜨려 허가해야 한다는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북한산 콘도는 332객실을 분양 중이며 현재 공정률은 40%다. 시행업체 관계자는 “분양 현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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