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부킹 '힘자랑' 여전

중앙일보

입력

국세청의 골프장 예약(부킹)청탁 금지선언 이후 국세청 직원의 부탁은 거의 사라졌으나 청와대.국회.언론계 등 다른 기관의 주말 부킹 청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H그룹이 운영하는 두 곳의 수도권 골프장에는 이번 주말(11~12일) 25팀의 부킹을 '힘있는 기관' 이 빼내갔다.

그룹 관계자는 "청와대.경제부처.국회.언론계 인사 50여명이 부킹을 청탁해 왔다" 면서 "언론계 여섯 팀을 포함해 청탁의 절반을 들어주었다" 고 말했다.

L그룹은 이번 주말에 80팀이 골프를 치는데, 10% 정도를 외부 기관의 청탁으로 부킹했다.

그룹 관계자는 "우리 골프장은 서울에서 거리가 먼 편인데도 청탁이 많은 것을 보면 수도권 골프장은 부킹 청탁에 몸살을 앓을 것" 이라고 말했다.

36홀 골프장을 운영하는 다른 H그룹 상무는 "영향력있는 인사가 예약이 끝난 뒤에 부탁해 들어주지 못했다" 면서 "열번 해주다가 한번 안들어주면 서운해 하는 게 부킹 청탁이라서 찜찜하다" 고 말했다.

S그룹 사장은 "현실적으로 기업이 기관의 청탁을 거절하기는 어렵다" 면서 "정부 차원의 부
킹청탁 금지를 선언해야 없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 직원들은 안정남 청장의 부킹청탁 금지 선언을 반기고 있다.

관내에 17곳의 골프장이 있는 동수원세무서 이해영 서장은 "청탁금지 선언이 언론에 보도된 뒤 부탁하는 사람이 거의 사라졌다" 면서 "직원들이 골프 예약일(화요일)에 관계없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다며 좋아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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