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일본적 의사소통의 어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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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이런 희한한 제목의 영화도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원제는 '라디오의 시간'으로 1997년작이며 당시 일본에서 흥행과 비평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던 영화다.

다양한 영화제에 초빙된 바 있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토론토 영화제 공식 초청작, 그리고 베를린 영화제 영포럼 부문 수상작이었으며 일본 아카데미 12개 부문 수상작으로 일본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은 바 있다.

'뉴욕타임즈'는 "우리들의 인식을 뒤엎는 일본 코미디. 미국영화가 잃어버린 전통적인 웃음을 꽃 피워낸 수작"이라며 이 영화에 대해 호의적인 평을 내린 바 있다. '쉘 위 댄스'를 통해 일본 코미디 특유의 훈훈한 웃음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역시 비슷한 쾌감을 느낄만한 구석이 있다.

영화에서 주부인 미야코는 라디오 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돼 첫방송을 앞둔 상태. 자신의 드라마가 성우들에 의해 리허설 되는 장면을 보고 감격한다. 하지만 방송시간이 다가오자 문제가 하나둘씩 발생하기 시작한다. 스타인 노리코가 자신의 극중 이름을 바꾸자고 우기고 PD는 어쩔 수 없이 노리코의 말을 수락한다. 다른 성우들도 이름을 바꿔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번엔 극중 무대가 뉴욕, 그리고 시카고 등으로 바뀌어간다. 이 와중에 미야코는 자신이 쓴 대본이 어처구니없이 개작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아야만 한다. 막상 방송에 돌입하자 이번엔 효과음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배경이 뜬금없이 우주로 바뀌는 등 드라마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감독인 미타니 코키는 원래 TV와 드라마 작가로 일하던 인물. 연극에 발을 딛으면서 작가 겸 연출자로 활동하던 경력도 있다. TV분야에서 일하던 경력을 살려 영화 소재를 라디오 생방송으로 취한 것도 수긍 가는 점이 있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에서 미타니 코키 감독은 극히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영화를 촬영했는데 극중에선 배우들의 호흡이 일치하지 않은 탓에 발생한 NG 장면이 영화 속에서 살아있는 경우도 눈에 띈다. 아마도 영화보다는 연극 연출을 하는 기분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지도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실제 성우들까지 배우로 기용한 미타니 코키 감독은 협소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코믹한 상황을 유머가 넘치는 대사들과 조합하면서 한편의 그럴듯한 스쿠루볼 코미디로 만들어냈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일본적 의사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영화로 정의해도 좋지 않을까? 영화에선 다양한 상황들이 보는 이의 웃음을 유도한다. 대체로 이 상황들은 조직사회의 서열구조,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간의 견제의식, 그리고 타인에 대한 무시로부터 발생한다. 보수와 혁신이 공존하는 일본적인 상황을 한번 비틀어 코미디로 포장해내는 것이다.

아무래도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에선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스즈키 교카와 카라사와 토시아키, 그리고 니시무라 마사히코 등의 배우들이 어울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있다. 영화에선 재치있는 장면도 눈에 띄는데 '맥도날드'라는 단어를 '마꾸도나루도'라는 일본식 영어로 발음하는 장면이 가장 압권이 아닐까 싶다. 영화 제목을 '라디오의 시간'에서 바꾼 점도 약간 이해가 되는 구석이 있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라디오 방송이라는, 그리고 방송인들의 생활을 영화화한 점이 특징적이다. 직업세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른 일본인들이 호감을 지닐만한 이야기거리를 미타니 코키 감독은 적절하게 찾아낸 셈이다. 다양한 소재에서 각기 특이한 웃음을 이끌어내는 일본 영화의 힘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같은 점을 일본 장르영화의 저력이라 말해도 좋을 것이다. 25일 개봉.

김의찬/영화평론가<nuage01@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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