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오바마, 한국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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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지만 한·미 간에 실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합당한 합의가 이뤄져 조만간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이명박 대통령)

 “여러 기술적 문제도 있고 …군사적인 차원에서 논의될 게 많다. 이 문제는 우리가 영구적 동맹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무엇이 필요하냐에 대한 문제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를 놓고 온도차를 보였다. 25일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다.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한 질문에 이 대통령은 조기 타결 기대감을 보인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계속 지침을 내려 긴밀하게 공조함으로써 궁극적인 결과를 도출하도록 해야 하고, 미사일 사거리나 무기체계 등 결과물은 우리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느냐, 동맹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사거리 문제는 굳이 개정하지 않고도 동맹의 전반적인 측면에서 보강할 수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공격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사거리가 필요하고, 현재의 300㎞로는 (효과적인 대북 방어 차원의) 공격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이 긍정적 방향으로 마무리돼 간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이날 두 정상의 언급의 뉘앙스 차이는 적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 직후 우리 외교당국자들도 당혹스러워했다. 한 당국자는 “숙제가 일부 남아 있긴 하지만 그간 실무협상을 통해 거의 도착 지점에 다다랐고, 상반기 내 협상 타결까지 기대한 게 사실”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브리핑을 완벽하게 받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비확산 문제에 예민한 민주당의 반대 기류가 강해진 것인지는 좀 더 파악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세 시간 뒤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미국은 전향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만 예외로 했을 때 도미노로 초래할 어려움이 있다”며 “민감한 문제가 이런 큰 포럼에서 상정될 경우의 정치적 문제를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에둘러 말했을 뿐 개정협상은 잘돼 간다는 설명이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 탄두 중량은 500㎏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측에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이유로 사거리를 800~1000㎞로 늘릴 것을 요구하며 샅바 싸움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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