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도 교사들 스카우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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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수의 절대 부족으로 학교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는 영국이 급기야 개발도상국 교사들에게도 스카우트의 손을 뻗치고 있다.

몇 년전부터 호주나 캐나다, 남아프리카 등 주로 선진국에서 수준높은 교사를 모셔오던 영국 교육당국이 처음으로 인도에서 교직원 모집을 시작했다고 선데이 타임스가 지난 5일 보도했다.

영국에선 교사가 기피 직종으로 전락, 교사수의 절대 부족 현상이 심각한데, 인도같은 나라에서는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 지망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 교사들은 영어를 포함해 전 교과과목에서 채용 제의를 받고 있는데, 현재 급료의 10배 이상의 고소득 보장이라는 유혹을 받고 있다.

영국 교육당국이 인도의 선생님들을 선호하는 건 영국의 식민 지배 시절에 이식한 영국식 교과과정이 인도 교육제도에 그대로 배어 있는 데다 영어도 필수교과목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영국 교육부의 기초교원국 (IEP)
이 단 한번 일간지에 낸 모집 광고를 보고 몰려든 인도 선생님만 2천5백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 지난달 델리에서 3주간 교사 채용에 나선 지방교육청은 1백명의 교사를 신규 채용했다. 이들 교사들은 내년 1월에 시작하는 새 학기부터 정식 교사로 일한다.

인도의 델리 공립학교에서 영어와 지리를 가르치는 레카 남비아르 (35)
는 "연봉이 2만파운드로 지금보다 12배가 많은 점이 매력" 이라고 꼽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교육환경 등 문화적 차이. 교사가 중심인 인도와는 달리 영국은 학부모와 학생 등 피교육자가 우선이다. 교사를 존경하고 최종 결정을 교사에 맡기는 풍토가 갑자기 바뀔 경우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교사 수급대책을 기획한 대릴 프라이드 IEP국장은 "영국의 학교들이 주 4일 수업을 하는 등 파행 운영되고 있다" 면서 "향후 4년간 부족한 교사수가 3만1천명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고 말했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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