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현대 우승 순간

중앙일보

입력

9회초가 시작되자 1루측 스탠드들의 관중들은 모두 일어섰다.

초록빛 현대 깃발은 체감온도 영하를 맴도는 입동(入冬)의 추운 밤기온에도 아랑곳없이 힘차게 나부꼈고 관중들은 이날 최고의 영웅이 된 '외인용병' 퀸란을 힘차게 외치기 연호했다.

마침내 2아웃.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아웃카운트를 1개 남겨 놓은 상태에서 2사 1루.

8회부터 등판한 현대의 3번째 투수 임선동은 두산의 마지막 대타 이도형을 상대로 힘찬 초구를 던졌고 순간 방망이도 돌았다.

타구는 외야로 높이 떠올랐지만 뻗어나질 못했고 좌익수 김인호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며 수원구장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를 멋지게 마무리한 임선동은 무거운 보호장비를 걸치고도 펄쩍 펄쩍 뛰어나온 포수 박경완과 껴안고 뒹굴었고 벤치에서 뛰쳐 나온 현대 선수들이 그 위로 겹쳐졌다.

수원구장의 차가운 밤바람을 가르고 외야 스탠드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됐고 운동장 가득히 세계적인 팝그룹 '퀸'의 불후의 명곡 'WE ARE THE CHAMPION'이 승전고를 울렸다.

96년 프로야구에 뛰어든 현대로선 98년에 이어 통산 두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그러나 새천년 처음 프로야구 챔프가 된 현대의 감회는 남달랐다.

초반 3연승을 기세좋게 달리다 두산의 반격에 부딪혀 3연패에 빠졌었다.

질 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속에서 건져 올린 우승컵이었다.

또한 모기업 현대건설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소속 선수들 또한 편치않은 심리상태였다.

최근 몇 일동안 지독한 마음 고생을 겪은만큼 현대에는 더없이 소중한 우승컵이었다. (수원=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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