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 보유주 모두 팔리면…]

중앙일보

입력

정몽헌 회장이 6일 현대건설을 제외한 계열사 보유 주식을 포기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일단 장부상으로는 그의 그룹 지배력이 와해된 것처럼 보인다.

鄭회장은 현재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4.9% 가지고 있고, 현대건설의 대주주(7.82%)로서 간접적으로 계열사를 지배해왔다.

현대상선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전자(9.25%)를 비롯, 현대중공업(12.46%).현대증권(16.65%).현대종합상사(6.23%)의 대주주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鄭회장이 현대건설 지분을 제외하고 모두 팔기로 함으로써 현대상선에 대한 그의 지배력이 없어지게 된다.

더구나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의 8.7% 지분도 곧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내놓기로 함에 따라 현대상선을 통한 鄭회장의 그룹 지배는 사실상 끈이 떨어지는 셈이다.

鄭회장은 최근처럼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현대전자 지분(1.7%)을 팔아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의 지분 15.6%를 확보해 그룹 지배구조를 현대건설 대신 현대상선으로 재편할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鄭회장은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최근 서둘러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했다.

현대건설의 자금난이 심각하자 현대엘리베이터가 3백8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이용했다.

이에 따라 현대는 일시적이나마 새로운 그룹 지배구도를 갖추게 됐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로서 그룹을 지배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종합상사가 현재 최대주주(22.13%)로 있다.

그러나 이런 구도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앞으로 鄭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를 지배해 그룹을 재장악할 것으로 전해졌다.

鄭회장이 우선 현대건설에 전념해 유동성 위기를 넘긴 뒤 보유한 건설 주식을 이용해 3백80억원의 돈을 다시 마련, 이를 사들인다는 전략이다. 이는 현대건설이 회생하고 현대건설 주식이 정상 궤도에 오른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 것이다.

현재 정부.채권단의 움직임처럼 현대건설이 감자(減資)조치가 이뤄지면 鄭회장의 현대건설 주식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어 이같은 구상이 어긋난다.

현대 관계자는 "鄭회장이 최악의 경우 그룹의 장악력을 모두 상실할 위험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처분하기로 결심할 정도" 라고 말했다.

결국 鄭회장은 앞으로 보유주식 매각 대금을 현대건설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높이더라도 현대건설과 나머지 계열사들의 고리가 단절돼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鄭회장이 굳이 그룹의 주식을 회수하지 않더라도 현대상선 자체가 鄭회장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어 실질적으로는 변화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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