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사장들, 주식으로 직원이탈 막기

중앙일보

입력

최근 들어 벤처기업 경영진들이 직원들에게 자신의 주식을 나눠주는 현상이 부쩍 늘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직원들에게 주식을 주는 경우라면 대부분 신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회사주식을 스톡옵션으로 주는 형태였지만 요즘은 기존의 직원들을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장이 자신의 개인 주식을 기꺼이 내놓고 있다.

이는 벤처업계에 찬바람이 불면서 직원들이 대기업이나 수익모델이 확실한 다른 벤처기업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정보 보안 솔루션 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사장은 최근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 8만주를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줬다. 이 회사는 당초 내년초 상장할 때 공모주 청약을 하면서 우리사주를 배정을 할 계획이었으나 안사장은 돌연 상장시기를 늦추면서까지 직원들에게 자신의 주식을 나눠준 것.

안사장은 이와 관련, 직원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이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오래 회사에서 함께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이 회사 직원들은 전했다.

또 무역사이트인 티페이지(Tpage)의 심은섭 사장도 자신의 회사 주식 10만주를 최근 전 직원에게 제공했다.이 회사 직원들은 이미 회사에 합류하면서 상당한 분량의 스톡옵션을 받은 상태에서 또다시 덤으로 주식을 받게 된 것.

비상장 벤처기업들이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사내 결속력을 다지는 동시에 상장을 위한 지분 분산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최근에는 이미 코스닥에 등록한 기업까지 이러한 분위기에 가세했다.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인디시스템의 김창곤 사장을 비롯한 이사진들은 당장이라도 증권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자신들의 주식 30만주(시가 25억원 상당)를 최근 새로 영입한 엔지니어 등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김사장은 "직원들이 스톡옵션에만 만족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일반 주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사장은 또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거나 인센티브 급여를 주식으로 주는 등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 리눅스 업체인 아델리눅스의 경우 현재 10억원인 자본금을 20억원으로 늘리는 유상증자를 추진 중으로, 유상증자 물량중 일부를 스톡옵션과 함께 우리사주로 배정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현금이 넉넉하지 못한 벤처기업으로서는 역시 주식밖에 없다"며 "벤처업계가 어려워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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