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여부 결정 당일 현대건설 표정]

중앙일보

입력

3일 오후로 채권금융기관의 퇴출대상 기업 발표가 임박함에 따라 현대건설은 초긴장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틀전까지 법정관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일손을 놓고 있었던 현대건설 직원들은 2일 회생쪽으로 채권단의 의견이 모아지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채권단의 최종 결정을 들어보아야 한다며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일 귀국한 정몽헌 회장이 밤사이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을 만나 추가 자구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이 위원장이 "시장이 현대건설의 말을 믿지않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자 자칫 부도처리후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되는 것은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 위원장의 주문이 회생을 전제로 보다 강도높은 특단의 자구책을 제시해 달라는 것으로 일단은 받아들이고 있으나 이날 오전중까지 진행될 채권단과의 입장조율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 회장은 전날밤 계동사옥에서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과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 등 수뇌부 대책회의를 갖고 금감위로 달려가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어 채권단 관계자들과 접촉에 나서는 등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정 회장은 이어 3일 오전 7시께 정주영 전 명예회장에게 간단히 문안인사를 한뒤 곧바로 계동사옥으로 돌아와 계열사 사장단과 대책회의를 가진 뒤 8시30분께 김경림 외환은행장 등 채권단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오전 7시30분 김윤규 사장 등 계열사 사장들과 만나 최종적인 추가자구안을 정리하는 한편 채권단과의 의견조율에도 적극 나섰다.

사장단은 모회사인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각 계열사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건설 지원을 위한 정씨 일가 가족모임이 3일 오전 7시30분 정주영 전명예회장이 입원중인 현대중앙병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결국 불발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날 모임에는 정몽헌 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 정상영 KCC회장,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7∼8명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대부분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모임은 현대건설 위기수습을 위해 친족기업간의 협력방안이 도출될 것이라는 현대안팎의 기대를 모았었다.

정 회장은 대신 친족기업인들을 개별적으로 접촉,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관계자는 "현대건설 자구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친족기업의 도움이 필수"라며 "정 회장이 직접 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공조체제를 구축해야한다는 인식아래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 노동조합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정씨 일가에 대해 힘을 내달라는 주문의 글이 올라왔다.

한 직원은 "지금까지 경영층은 급변하는 정보형명 시대에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채 위기 대체에 급급했다"고 지적하며 "정씨 일가가 현대건설을 위해 과감히 사재를 출연한다면 (직원들은)획기적인 비전과 복안을 갖고 보답할 것이니 힘을 내 달라"고 주문했다.

상당수 직원들은 주요 자구안의 하나인 서산농장 매각에서 농장 조성 원가의 3분의 1수준에 매각 금액이 거론되는데 대해 "서산 농장을 빼앗기는 것 "이라면서 "우리가 투표로 결정해 사들이자"며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직원이 "우리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자처하면서 누군가 뭔가 해주기를 바라면 안된다"며 "경영진이나 은행, 정부를 욕하더라도 우리가 할 일은 해놓고 하자"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이에 동조하는 글이 잇따랐다.(서울=연합뉴스) 이경욱. 양태삼. 노효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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