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로봇축구 한.일 종주국 다툼에 찬물

중앙일보

입력

부산시가 2002년 세계 로봇축구대회를 한국의 ''세계로봇축구연맹''을 제쳐놓고 일본의 `로보컵추진위원회''와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해 로봇축구를 둘러싼 한.일간의 치열한 종주국다툼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2일 부산시와 사단법인 세계로봇축구연맹(FIRA)에 따르면 시는 한.일 공동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에 일본 후쿠오카(福岡)시와 공동으로 `로보컵 2002''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 대회는 최근 일본에 본부를 둔 `로보컵 추진위원회''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아 2002년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 `로보컵''보다 먼저 출범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본부를 둔 세계로봇축구연맹은 부산시의 이같은 결정이 한.일간 로봇축구 종주국다툼에 찬물을 끼얹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맹측은 "FIRA가 일본보다 1년 앞선 96년 출범했지만 최근들어 각종 시뮬레이션을 겸한 일본측의 `로보컵''대회에 비해 다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시의 `로보컵''유치는 로봇축구 종주국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는 터무니 없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에대해 시 관계자는 "행정교류협정을 맺고 있는 후쿠오카시에서 로봇축구 공동 개최를 제의했을 때 이같은 종주국 다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이 대회는 이미 유치가 결정됐기 때문에 FIRA측과 세계 양대 대회의 공동 개최여부를 적극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FIRA 김종환(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회장은 "부산시의 어처구니 없는 결정에 2002년 FIRA대회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대회를 치르는 등 대회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관계 당국과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세계로봇축구대회는 한국에서는 1996년에, 일본에서는 1997년에 각각 시작된 대회로 매년 각대회마다 30여개국에서 1백여팀이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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