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060년 아닌 2049년 고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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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8세 직장인 A씨는 2049년 만 65세가 된다. 매달 33만원(절반은 회사 부담)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다. 예상대로라면 그때에 매달 1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그해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돼 A씨가 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어 그 전에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을 한 사람은 고려대 박유성(통계학) 교수다. 박 교수는 23일 한국경제학회(회장 이만우 고려대 교수)와 고려대 경제연구소가 공통 주최하는 정책세미나에서 ‘국민연금 추계모형의 신뢰성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다. 박 교수는 15일 “국민연금공단의 장기재정 추계에 사용한 인구 추계, 연금 가입자·수령자 추정치에 오류가 있어 이를 바로잡으면 2049년에 연금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연금공단이 2008년 발표한 고갈 시기(2060년)보다 11년이 이르다.

 당초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방식으로 설계돼 2047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7~8년 논란 끝에 2007년 ‘적게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이 덕분에 고갈 시기가 2060년으로 늦춰지면서 국민연금의 신뢰도가 크게 올라갔다. 박 교수는 “이번에 장기 재정을 새로 추계한 결과 개혁 전과 비슷한 상황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왔다”며 “종전의 연금 개혁 노력이 물거품이 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국민연금이 사용한 인구 통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은 1970년 이후의 사망률을 쓰고 있는데 70년대 통계의 신뢰도가 낮아 80년 이후 것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70~2010년 사망률 자료를 사용하면 2060년 남자의 수명이 87.03세인 반면 83~2010년 자료를 토대로 하면 90.17세가 나온다. 70년대 사망률이 높아 이걸 사용하면 노인의 수명이 짧게 나오고, 나아가 연금 재정이 좋아진다.

 박 교수는 국민연금이 94세까지만 연금을 받고 95세 이후에는 한 명도 받을 사람이 없다고 가정한 점도 100세 시대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가정이라고 본다. 국민연금연구원 박민성 재정추계실장은 “사망률과 같은 기본 데이터는 통계청 자료를 쓰는 게 타당하며, 95세 이후 연금 수령자가 없는 이유는 통계청 인구 추계가 그 나이 이후에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연금 고갈 시기가 당겨지는 가장 큰 이유를 조기노령연금 수령자 가정치에서 찾았다. 조기노령연금은 정해진 나이보다 1~5년 연금을 당겨 받는 제도. 올해는 55~59세, 2013~2017년 56~60세, 2018~2022년 57~61세가 신청 자격이 있다. 박 교수는 2030년 572만 명이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연금공단은 216만 명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연금을 당겨 받는 사람이 많으면 기금운용 수입이 줄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이 밖에 박 교수는 ▶연금가입 대상이 아닌 불법체류자를 인구에 포함하고 ▶출산율을 너무 낙관적으로 잡았으며(통계청 1.42) ▶남자 연금가입자가 인구보다 많은 점 등을 비판했다.

 하지만 연금공단 박 실장은 “박 교수가 사용한 조기노령연금 수령자를 뽑을 때 신청 소득이 높아 자격이 없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오류를 범했다”며 “검증되지 않은,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각종 가정치를 넣고 장래 인구를 산정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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