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 등 보호무역 압력 거세져

중앙일보

입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워싱턴 무역관은 최근 미국의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잇따라 보고해 왔다.

특히 철강이 그 대상이 되는 바람에 한국 철강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무역관은 30일 최근 클린턴 미 대통령이 정부 부처에 철강의 수입 급증을 막는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고했다.

이는 지난 16일 미국 철강업계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외국산 철강 때문에 미국 철강산업이 고사 위기' 라며 철강제품 전반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조치(세이프 가드)를 발동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른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철강업계 산업피해 조사와 대응책 마련(국가경제자문회의)▶최근 철강 수입이 늘어난 중국.인도.대만.우크라이나에 고위 협상단을 파견해 통상압력 강화(상무부)▶국제금융기구에 개발도상국의 철강산업 생산설비 증대와 관련한 대출을 중단토록 하는 방안 강구(재무부)▶반덤핑조치 품목이 우회 수입되지 않도록 감시할 것(세관) 등을 지시했다고 워싱턴무역관은 밝혔다.

무역관이 입수한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9월까지 철강제품 2천7백60만t을 수입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입량이 14.8% 늘었다.

그러나 미국 업계의 집중적인 반덤핑 제소를 당한 한국산 철강은 6.4% 줄어든 1백95만t을 수입했고, 일본산도 31.1% 감소했다.

한국산 철강의 미국시장 점유율(수량 기준)도 1998년과 99년 8.2%에서 9월 현재 7.1%로 줄었다.

한국산 철강 제품은 철근과 스테인리스 스틸 앵글이 올 6, 8월에 각각 제소당한 것을 비롯해 현재까지 거의 전 수출품목인 14개 품목이 수입규제를 당했거나 조사 중이다.

특히 98년 이후 8개 품목이 집중적으로 수입규제를 당했다.

산업자원부 박봉규 국제협력투자 심의관은 "미국 의회가 반덤핑으로 거둔 관세를 피해 국내 업체에 지급하자는 버드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 강대식 상무는 "수입규제와 반덤핑 관세 부담 때문에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데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변호사 비용이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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