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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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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11일로 1주년을 맞았다. 다행히 끔찍한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를 겪은 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다. 정부·운영기관·감시기관 등이 원자력 발전에 대한 경계를 낮추지 않는 한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예상치 못한 대재앙이었다. 하지만 일본 당국이 인정한 것처럼 미흡한 대처로 인한 인재(人災)이기도 하다. 일례로 일본 원자력안전규제당국은 독립적이지 않았고,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관리는 소홀했다. 후쿠시마 사태 당시 원자로 냉각 등과 같은 필수 기능을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예비전력도 준비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비하는 훈련도 부족했다. 전반적인 통합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셈이다. 이러한 실패가 단순히 일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후쿠시마 사태는 원자력을 사용하는 모든 나라를 향한 경고라 할 수 있다. 실제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들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규모 9.0의 강진을 버텨냈지만 14m 높이의 쓰나미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었던 후쿠시마 원전을 교훈 삼아 다중재해에 관한 규정도 마련했다. 정전에 대비해 예비용 전력을 마련하고, 비상시 가용 시간도 늘렸으며, 심각한 비상사태에도 냉각장치를 가동할 수 있도록 설비 능력을 향상시켰다. 국제 원자력 안전 기준도 재검토돼 운영기관과 감시기관 모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 받게 됐다.

 후쿠시마에서의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세계 원자력 사용량은 향후 2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수요 증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 화석 연료의 극심한 가격변동, 에너지 공급 안전성과 같은 기존 에너지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이 아니라면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최소 90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신규로 설립될 것이다. 지금도 437곳에서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몇몇 국가들이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거나 사용 규모를 줄이고 있긴 하지만 중국·인도·러시아 등은 오히려 확장 계획을 밝혔다. 많은 개발도상국 역시 원자력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전의 안전성은 사용국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 이는 원자력 사용 중단을 결정한 국가들에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간 발전소를 이용한 뒤 해체할 때에도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원자력을 사용하지 않는 국가에도 중요하다. 이웃 국가의 원전 사고로 인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롭게 원전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국가들은 험난한 장기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데 충분한 시간과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독립적이고 자금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감시 및 규제 기관을 설립해야 하며, 필요한 제반 시설을 최적의 장소에 설치해야 한다.

 사실 원자력 발전은 안전 문제에 있어 사람들의 고정관념보다는 훨씬 더 양호하다. 하지만 대중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정부·운영기관·감시기관 모두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상황이 악화될 때에도 원자력 사용의 득과 실을 국민들에게 사실대로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사고가 났다는 것은 원자력 안전에 있어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 상태에 안주하는 것은 치명적인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강화한 안전 규정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절대 후쿠시마 사태가 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상시에 하던 것처럼”이란 안일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정리=민경원 기자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