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증권·금융 범죄는 엄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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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치인 테마주 종목으로 시세를 조종한 사람들이 사흘 전 검찰에 고발됐다. 테마주를 선정한 후 장 막판에 대량 주문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다. 순진한 일반 투자자들이 따라붙어 주식을 사기 시작하면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처분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막대한 차익을 남겼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해를 봤다. 얼마 전엔 고위 공무원이 연루된 CNK 주가조작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주가조작이나 내부자 거래 같은 증권·금융 범죄는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문란케 하는 중대 범죄다. 미국이 이들 범죄에 대해 일벌백계(一罰百戒)하는 이유다. 증권사기꾼 버나드 메이도프에게 무려 징역 150년형을 선고했고, 회계부정을 주도한 엔론 최고경영자에게는 24년 실형을 내렸을 정도다. 미국 판사들은 “금융 범죄는 자유시장에 대한 도전이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바이러스”라고 설명한다. “엄벌해야 유사 범죄를 억지할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반대다. 솜방망이 처벌 일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내부 정보를 활용한 주가조작으로 무려 165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어느 재벌 3세에게 우리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금융감독원 고위 임원을 지낸 사람의 분석에 따르면 증권·금융 범죄는 유죄 판결을 받는 확률도 지극히 낮지만, 설령 징역형을 선고받더라도 절반가량은 집행유예로 풀려난다고 한다. 이래서는 증권·금융 범죄를 절대로 근절할 수 없다. 이런 범죄는 대단히 지능화·조직화돼 있어 적발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이런 마당에 처벌까지 솜방망이라면 그 누가 범죄 유혹을 느끼지 않을까. ‘걸려도 남는 장사’라서다. 요즘 증권·금융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 크다고 본다. 가혹하다고 할 정도로 엄벌해야 범죄가 줄어든다. 벌금형보다는 징역형, 집행유예보다는 실형 선고가 원칙이어야 한다. 오늘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개최하는 증권·금융 범죄 양형 기준안 공청회를 주목하는 건 이 때문이다. 엄정한 죗값을 매기는 미국 법원을 우리 법원이 본받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