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분양권 프리미엄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용인수지 S아파트 59평형 분양권을 웃돈 2천만원을 주고 산 박경수(55)씨는 최근 1천5백만원을 손해 보고 팔았다.

정선진(41)씨는 입지가 좋은 것만 믿고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 손해본 사례. 구리토평지구 C아파트 50평형대 분양권을 8천만원의 웃돈을 주고 샀다가 이달 초 3천만원을 손해 보고서야 팔 수 있었다.

아파트분양권 투자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부동산시장에 '분양권구입 경계경보' 가 내려졌다.

부동산 포털사이트인 중앙일보조인스랜드(http://www.joinsland.com)에는 최근 1주일새 이 같은 사례가 20여건이나 접수됐다.

분양열기에 휩쓸려 분양권을 샀으나 이자도 건지지 못하고 팔았거나 분양가에도 거래가 안돼 애를 먹고 있다는 내용이 주류였다.

전문가들은 사면 웃돈을 붙여 되팔 수 있다는 중개업소 등의 권유에 솔깃했다가는 낭패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 분양권 반짝장세로 끝나〓분양 초기 웃돈이 붙었던 아파트들도 1주일을 못버티고 값이 내리고 있다.

분양가가 주변 체성릿?비싼 아파트가 많은 데다 부동산경기가 불투명해 투자메리트가 떨어진
탓이다.

특히 떴다방(철새 중개업자)이 몰려든 아파트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 떴다방들은 올 초까지만 해도 분양권을 매집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요즘 투자위험이 커지자 초기에 열기를 부풀려 분양권을 일반인들에게 넘긴 뒤 철수하고 있다.

최근 분양한 서울 문래동 H아파트는 당첨자 발표 직후 5백만~1천만원의 웃돈이 형성됐으나 매수세가 약해 3~4일만에 값이 내렸다.

용인 등 수도권은 당첨자 발표일만 분양권 거래가 이뤄지는 '한나절 반짝장세' 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 고(高)청약률.저(低)프리미엄〓전문가들은 현재 시장분위기로는 청약률은 높지만 분양권 웃돈은 거의 붙지 않는 '고청약 저프리미엄'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첨자의 절반 이상이 입주보다는 분양권을 팔려고 해 매물 호가와 실거래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중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은행이 투자한 부동산투자신탁 1호로 돌풍을 일으켰던 서울 문정동 D아파트도 분양권 시세는 분양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청약통장 가입자가 크게 는 탓에 통장의 희소성이 떨어져 청약률에 비해 웃돈은 붙지 않는 현상이 자리잡을 것" 이라고 말했다.

◇ 목적이 분명해야 손해 안 본다〓분양권 웃돈이 유지되는 곳은 서울 강남.서초.용산.송파 등 일부 지역에 그치고 있다.

이들 지역도 거래는 부진한 편. 따라서 분양권을 살 때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투자목적이라면 환금성이 높은 단지, 즉 분양권을 살 만한 자금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몰려 사는 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로 한정하는 게 낫다.

닥터아파트 곽창석실장은 "분양권 투자위험도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실수요자는 초기에 웃돈을 주고 구입하지 말고 거품이 빠진 뒤 매입하는 것이 낫다" 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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