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경기선행지수 살피면 주가 흐름 떠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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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는 증시 투자 격언이 있다.

요즘처럼 외국인 움직임에 따라 주가가 연일 널뛰는 상황에서 되새겨볼 만한 얘기다.

보다 긴 안목으로 주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 변수로 전문가들은 일본 엔화의 환율과 경기선행지수를 제시한다. 이들 두 지표와 종합주가지수는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 엔화 환율과 주가〓모건스탠리증권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아제이 카퍼는 최근 한국투신증권에서 가진 설명회에서 "엔화 환율만큼 한국의 주가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 변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고 밝혔다.

그는 "모건스탠리는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을 '중립' 에서 '비중확대' 로 상향 조정했다" 며 "앞으로 투자결정에 엔화의 변동추이를 적극 반영할 생각" 이라고 밝혔다.

하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종합주가지수와 엔.달러 환율간 상관관계는 무려 82%로 분석됐다. 엔화가치가 1% 상승하면 종합주가지수는 1.3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신삼천 하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반도체.자동차.전자.조선 등 우리나라 간판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이 호전되기 때문" 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엔화 절상은 시차를 두고 원화도 절상시켜 환차익까지 노린 외국인투자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엔화의 움직임은 긍정적인 편이다. 연초 달러당 1백10엔을 넘었던 엔화 환율은 최근 1백7엔선까지 절상됐다.

申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최근 금리를 인상하고 경제성장률을 1.5%로 상향 조정해 엔화는 완만한 강세 추세를 이어갈 전망" 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김석중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일본도 금융부실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해 엔화 강세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 으로 내다봤다.

◇ 경기선행지수와 주가〓국내 변수로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의 적중률이 높게 나타났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종합주가지수와 이 지표의 상관관계는 61.7%였으며, 특히 97년 이후 상관관계는 84.0%에 달했다.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란 1년전과 비교해 경기선행지수가 현재 어떤 추세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높아지면 경기상승, 낮아지면 경기하강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지표는 올들어 1~2%포인트씩 계속 떨어졌지만 지난 8월에는 감소폭이 0.1%포인트로 크게 완만해져 상승 반전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부증권 김성노 연구위원은 "공적자금 추가조성에 따른 유동성 확대 등으로 9월부터는 소폭이나마 지표가 상승할 것" 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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