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텔레콤 인수과정 무리수로 계속 내리막길

중앙일보

입력

설립 1년 만에 동남아 인터넷 업계의 총아로 급부상했던 홍콩의 퍼시픽 센추리 사이버웍스(PCCW)가 자금난.주가폭락.사업부진 등 3중고로 휘청거리고 있다.

홍콩 최대 재벌인 리카싱의 아들 리처드 리(33)가 설립한 PCCW는 올해초 싱가포르 국영통신업체를 제치고 홍콩텔레콤을 3백81억달러에 인수,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인수 과정에서 상당한 빚을 진데다 주가 폭락 등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월15일 26.35홍콩달러였던 PCCW의 주가는 24일 현재 78% 하락한 5.75홍콩달러에 불과하다.

홍콩텔레콤 인수과정에서 빌린 미화 1백20억달러를 갚기 위해 주식을 대거 팔았지만 채무액은 여전히 40억달러를 넘는다.

PCCW는 24일 전환사채 11억달러, 신주인수권부 사채 5억1천3백만달러어치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 PCCW의 자금난 악화 소문이 퍼져 주가는 더욱 하락했다.

PCCW는 이날 그동안 추진해온 쌍방향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대폭 축소한다는 발표도 했다. 최고채무책임자인 데이비드 프린스는 "경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 라고 말했다.

증권분석가들은 "PCCW가 지난 6월 시작한 광대역서비스 사업도 시장가치가 거의 없다" 고 말했다.

PCCW의 사업능력도 의문시되고 있다. PCCW는 최근 호주 정보통신업체인 텔스트라와 범아시아 무선통신망을 구축할 벤처기업을 설립하면서 자금난으로 지분 40%만 인수했다.

홍콩의 증권분석가인 조셉 호는 "사업전망이 좋은 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한 것은 큰 실수" 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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