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의 ‘여자는 왜’] 손발 오그라드는 멜로드라마가 뭐가 좋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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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정도 되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대체로 남자는 단순하다. 여자와의 연애심리전에 대한 얘기다. 복잡해 봤자 여자의 손목을 잡고 어디 으슥한 데로 가면서 “오빠 믿지?” 하는 정도다. 약간 웃긴 건 이런 말을 하면서 여자들이 진짜로 믿을 거라 생각하는 남자도 일부 있다는 거다. 이런 치들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식스팩’을 뽐내거나 펀치로 내려치는 게임기에서 빠람빠빰빠 소리가 나면 여자들이 반할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수렵생활을 거치면서 진화하는 와중에 유전자에 본능으로 새겨진 환상이라 아무래도 빠져나오기 힘들다.

 남자들이 단순해서일까, 이해가지 않는 여자들의 모습이 꽤 있다. 이를테면 뻔한 멜로드라마에 빠지는 게 그렇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 새파랗게 어린 실장님이 등장하고, 그런 ‘차도남’의 뺨을 후려치는 여자가 나온다. 잘난 남자 주인공은 당돌한 여주인공에게 빠져든다. 이해할 수 없는 여자들의 판타지다. 요샌 그런 설정이 다소 식상했는지 ‘나쁜 남자’가 여자의 뺨을 치기도 한다. 물론 시크한 사랑으로 미화된다. 그래 봤자 남자 시청자의 입장에선 어이없긴 마찬가지다.

  솔직히 팜므 파탈에 빠지거나 어느 날 문득 신데렐라, 아니 개구리 왕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렇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낯간지러운 스토리는 절대 사양이다. 어쩌다 직장에서의 티타임 같은 때 여자들의 대화에 청일점으로 낄라치면 남자는 괴롭다. 드물게 멜로드라마 애호가인 남자라 하더라도 어젯밤 방영분에 대한 분석이 주인공의 명품백이나 구두 같은 패션에 이른다면,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남자도 드라마를 원한다. 그러나 남자는 이런 황당한 멜로 말고 다양한 드라마가 보고 싶다. 인생에는 ‘차도남’과 ‘차도녀’가 서로의 뺨을 때리며 사랑에 빠지는 것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감동스러운 순간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세상의 모든 남자는 ‘차도남’이 아니고, 될 수도 없다. 그저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여자에게 고백하는 소심한 남자가 절대다수다. 꼭 알아두시길.

조현 소설가·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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