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남을께. 사랑해" 쓰나미에 쓸려간 여친의 마지막 문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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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아리사가 지난해 3월 11일 오후 3시 18분 남자친구에게 보낸 "응, 죽지 않아!! 사랑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 [사진=산케이 웹사이트 캡처]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숨진 여성이 죽음 직전에 남자 친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일본인들을 슬픔에 빠뜨렸다.

5일 산케이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1일 대지진 발생 당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의 방재대책청사 옥상으로 피난했다가 쓰나미에 휩쓸려 사망한 구청 직원 미우라 아리사(당시 24세)가 죽음 직전 남자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의 내용이 이날 공개됐다. 주고받은 메시지는 모두 5통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3월 11일 오후 3시 3분 미우라씨는 "6m의 쓰나미가 오고 있어! 힘내서 살아 남을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남자 친구가 "절대 죽으면 안 돼!"라고 답하자, "응 죽지 않아! 사랑해!"라는 답신을 보냈다. 그러나 3시 27분 미우라는 남자 친구에게 "지금 큰 쓰나미가 오고 있어. 방재청사의 옥상에 있는데 쓸려가면 어떡하지. 내 차는 벌써 떠내려간 것 같아"라는 메시지를 보낸 후 소식이 끊기고 말았다.

미우라는 쓰나미 당시 마지막 순간까지 주민들에게 대피 방송을 하다 숨져 '천사의 목소리'로 칭송받고 있는 엔도 미키(본지 2월 29일 보도)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절친한 사이였던 두 사람은 끝까지 함께 사람들의 피난을 도우며 현장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한 미우라의 어머니 에츠코(54)는 "올해 1월 딸의 시신이 발견돼 혹시 생존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기대가 사라졌다. 1주기를 앞두고 이제야 문자 메시지의 내용을 공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우라의 남자 친구는 무사히 살아남았으며 지난해 가을 이 문자 메시지를 미우라의 가족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연을 접한 일본 네티즌들은 "너무 슬프다", "벌써 1년, 그들을 잊으면 안 된다"는 글을 남기며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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