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 그대로 '자연 다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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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와 지리.기후.자연.야생동물 등 지구 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실들(facts)을 한데 담은 지리학 백과사전 〈지오 팩츠〉가 최근 나왔다.

미국 지리학회가 만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지리학 잡지〈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지금까지 소개한 기사 가운데 독자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핵심 요소를 추려내 한권으로 엮은 책이다.

정보의 양(量)은 어느 백과사전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지만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새롭다.

글로 길게 풀어서 설명하는 대신 한눈에 들어오는 간명한 그래픽으로 많은 이야기를 비주얼하게 편집해 전달한다.

'역사의 타임머신' 과 '지리 대탐험' '자연 속으로' '야생의 왕국' 의 네 가지 큰 주제 아래 '문자의 기원' '개구리와 두꺼비, 왜 사라지나' 등 2백여가지나 되는 지리학 정보들을 담고 있지만 책 전체 분량은 단 2백50쪽에 불과하다.

각 항목 해설에 한 페이지씩만 할애한 셈. 그나마도 지문보다 그림의 비중이 두배 이상 더 크다.

하지만 정보의 양이나 깊이는 같은 주제의 다른 책들과 비교해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인 지도를 비롯한 다양한 컬러 그래픽이 오히려 글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사실까지 아주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각각의 페이지를 들여다 보면 마치 한편의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본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다.

예를 들어 '벼락은 왜 생기나' 항목에서는 '땅과 구름에 있는 양전하(+)와 음전하(-)에서 일어나는 스파크가 만나면서 벼락이 생긴다' 는 설명 대신 모든 단계를 하나의 그래픽 속에 녹여 이해를 돕는다. 지층운동이나 춘분과 추분의 차이, 게놈지도 등도 모두 마찬가지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내가 살고 있는 지구상 모든 활동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딱딱한 공부거리만 가득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훌륭한 교양정보인 동시에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전해주기도 한다.

소요시간이 20분이나 걸리는 8백m길이의 에스컬레이터는 어디에 있으며, 또 최근의 피사의 사탑 살리기 프로젝트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등 굳이 몰라도 되지만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는 얘기도 많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동물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우리가 미처 몰랐던 동물의 생활에서부터 수난에 처한 동물, 인간을 위협하는 동물 등 신비한 동물의 세계를 알려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잡지나 TV다큐멘터리에 익숙한 독자들은 사진을 기대하겠지만 동물 관련 항목 역시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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