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20% "일본만화 매일 본다"

중앙일보

입력

우리 청소년들은 예상 외로 폭넓게 일본의 대중문화에 노출됐으며, 일본과 일본문화을 보는 눈은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일본 시즈오카(靜岡)대 우마이 마사유키(馬居政幸)교수의 '한국 청소년의 일본 대중문화 접촉상황에 나타난 수용논의의 문제성과 과제'란 논문에서 밝혀졌다.

이 글은 한국일본문학회(회장 임중빈)가 20~21일 상명대 서울캠퍼스에서 개최하는 '한국은 앞으로 일본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란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우마이 교수는 1996년부터 올 2월까지 4년간 서울 등 4개 도시에 사는 남녀 초(6학년)·중(2학년)·고(2학년)학생 총 9천3백56명을 대상으로 수용자 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일본문화의 접촉상황을 조사한 결과, 번역만화의 경우 '거의 매일 접하고 있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21.5%였으며 '1주 수차례'는 29.1%를 차지했다.

50% 이상이 지속적으로 일본만화를 보고 있는 셈. 매주 일본영화와 게임을 한다고 답한 청소년들은 각각 22.2%와, 41.8%를 기록했다.

총접촉도(횟수에 상관없이 접촉 사실을 계수화한 것)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만화 88.1%, 영화(이하 애니메이션 포함) 73.9%, 대중가요 49.7%, 게임 79.7%, 잡지·사진집 42.5%, '위성방송 49.6%, 인터넷 37.7%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문화가 우리 청소년들에게 생활의 일부가 됐다는 증거다.

접촉자수와 비접촉자수를 따진 접촉빈도는 97년 IMF 구제금융기를 기점으로 차이를 보였다. 96.97년에는 관심저하 혹은 답보상태를 보이다 98년이후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

영화는 63.2%에서 73.9%(이하 96년과 99년 기준)로, 만화는 63.2%에서 73.0%로, 게임은 65.8%에서 79.7%로, 대중가요는 20.0%에서 49.7%로, 위성방송은 37.0%에서 49.6%로 늘어났다. 만화는 96년 이미 83.1%를 육박했다.

이처럼 일본문화에 대한 잦은 접촉은 기존의 일본·일본인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IMF를 기점으로 '부정파'는 감소하는 대신 '긍정파'가 늘어나는 추세가 뚜렸했다.

선호도를 측정하는 여러 질문 중 '일본인과 친구가 되고 싶으냐'의 항목을 보면, 96년에 비해 99년 긍정파는 19.3%포인트 늘어났고 부정파는 28.7%포인트 줄었다.

이런 결과는 일본문화에 대한 우리의 새로운 인식을 요구한다. 법·제도적 '장벽허물기'와 상관없이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 일본문화는 보편적 현상이며, 그런만큼 이를 보는 어른들의 눈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그 방안으로 우마이 교수는 "이제 일본문화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되며 세계의 다양한 문화의 하나로 상대화해야 한다" 고 말한다.

일본 문화를 근거없이 우리보다 낮은 자리에 놓거나, 고질화한 반일적 감정을 전제로 평가하다 보면 자칫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일본문화의 영향으로 한국의 만화와 게임 분야에 질적 향상을 가져온 점은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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