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이동국 해트트릭 8강 턱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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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1996년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과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에서 한국축구의 상황이 마치 각본을 쓴 것처럼 동일하다.

4년전 한국은 예선에서 쿠웨이트에 지고 인도네시아에 이겨 조 3위로 8강에 진출, 이란과 준준결승에서 만났다.

이번에 한국은 쿠웨이트에 0 - 1로 져 예선 탈락의 기로에 섰다가 20일 새벽(한국시간) 이동국의 해트트릭으로 인도네시아에 3 - 0으로 승리, B조 3위로 8강에 턱걸이했다. 8강 상대 역시 이란이다.

4년 전 8강전에서 혼자 네골을 쏟아부으며 한국에 치욕적인 2 - 6 대패를 안겨줬던 스트라이커 알리 다에이는 3게임 연속골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다에이와 공포의 삼각편대를 이뤘던 카림 바게리.코다다드 아지지도 여전히 맹위를 떨친다. 한국도 당시 멤버 홍명보와 유상철.노정윤 등이 지금도 뛴다.

당시 박종환 감독은 아시안컵 성적에 따라 98년 월드컵 감독도 바라볼 수 있었으나 8강전 대패로 물러났고, 현재 허정무 감독도 2002년 월드컵 감독을 기대하고 있으나 풍전등화의 상태다.

다만 이번에도 이란에 져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시느냐, 아니면 통쾌하게 설욕하고 4강에 진출하느냐 하는 것만 남아 있다.

예선에서 나타난 전력만 보면 한국의 열세다.

2승1무로 A조 1위를 차지한 이란은 일본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고 한국은 와일드 카드로 겨우 8강에 올랐다.

한국은 이동국.설기현.이영표 등 젊은 선수들이 선배들의 치욕을 씻어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허감독은 "8강에서 이란과 만나리라는 예상에 따라 충분히 대비했다" 고 말했다.

한국은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인도네시아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전반 30분과 후반 30분, 그리고 종료 직전 각각 골을 성공시킨 이동국의 맹활약으로 3 - 0으로 이겨 1승1무1패(승점4)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은 수많은 득점 찬스에서 추가 득점에 실패,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같은 조의 중국과 쿠웨이트는 0 - 0으로 비겨 각각 1승2무(승점5)였으나 골 득실차에서 중국이 1위, 쿠웨이트가 2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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