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지갑 열기 겁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증시 침체와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9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 에 따르면 현재의 가계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는 지난달(96.44)보다 16.4포인트나 떨어져 80.0을 기록했다. 이는 1999년 1월(78.6)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평가지수 100은 소비를 줄였다는 가구와 늘렸다는 가구가 같은 수준임을 나타내며, 100에 못미치면 소비를 줄였다는 가구가 더 많다는 의미다.

또 6개월 후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도 98년 12월(86.7)이후 최저치인 90.9를 기록하며, 99년 4월(100.1)이후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선을 밑돌았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소비자동향지수(CSI)에서도 생활형편 전망CSI(97→83).가계수입 전망CSI(101→94)등 주요 지표들이 전분기보다 하락하며 기준치인 100선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체감지표들은 가계.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주관적인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것이긴 하지?향후 소비.투자 등의 경제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내수(內需)침체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은 9월 중.하순에 국제유가 급등.반도체값 하락.포드 쇼크 등 국내외 충격요인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크게 불안해졌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6일 발표한 기업경기 실사지수(BSI)도 9월의 105에서 10월엔 91.8을 기록하며 1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기업경기 실사지수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를 반영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설비투자 전망을 가늠할 수 있다.

홍순영(洪淳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CSI.BSI 등은 심리지표이기 때문에 조사시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면서도 "최근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가계.기업의 불안심리가 커졌으며, 이 때문에 소비.투자 등의 실물지표가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고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