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놀토 시행 후 첫 주말 … 교육현장 점검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토요일인 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종합학원은 중·고생을 위한 토요일 오전반을 개강했다. 이날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토요일 수업이 없어진 데 따른 것이다. 학원 관계자는 “주5일 수업제 전면 실시로 토요일 오전뿐 아니라 오후반 학생까지 늘고 있다”며 “주말반 학생수가 지난 학기보다 3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돈암동의 한 보습학원은 지난 학기까지 ‘학토’(학교 가는 토요일) 오후 2시에 하던 수학 강의를 3일엔 오전 10시로 바꿔 진행했다. 부모들이 “이제 토요일엔 학교에 안 가도 되니 ‘놀토’(쉬는 토요일)처럼 오전 10시에 수업을 해달라”고 주문해서다. 이 학원에 초등생인 두 자녀를 보내는 김모(43·여)씨는 “오전에 학원을 마치면 오후에는 놀러갈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정에서 시간 변경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3일부터 전국 1만1451개 학교(전국 초·중·고교의 99.6%)에서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됐다. 2004년 월 1회 놀토, 2006년 격주 놀토 도입에 이어 3일부터는 모든 토요일로 놀토가 확대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지난해 7월 5인 이상 사업장에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만큼 학생들도 토요일에 가족과 함께 보내게 하자는 취지로 주5일제 수업을 전면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학원들만 ‘특수’를 누리는 상황이다. 저소득층 또는 맞벌이가정 등을 위해 학교들이 토요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나 준비 부족 등으로 3일 첫날 학생들의 호응은 높지 않았다. 이날 서울 강동구의 한 중학교. 한 교실에서 학생 10여 명이 앉은 가운데 영화 ‘완득이’를 상영 중이었다. 스크린에 눈을 둔 학생은 절반도 안 됐다. 나머지 학생은 턱을 괴고 졸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교육청의 예산 배정과 새 학기 준비 등으로 토요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 조사가 늦어져 3월 중순까진 맛보기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 강남구의 A고는 토요 스포츠 프로그램으로 축구교실을 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에게 축구공을 주며 ‘알아서 놀라’는 식으로 진행됐다. 일부 학교는 개학일인 2일에야 토요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금요일에 가정통신문을 보내놓고 다음 날 바로 토요 프로그램을 하는데 제대로 된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3일 일선 학교에서 진행한 토요 프로그램 참여 학생은 전국 800만 초·중·고생 중 8.8%인 61만 명에 그쳤다. 교과부는 “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10일부턴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모 고교 2학년 학생은 “토요일 학원 강의가 표시된 학원 수강증을 내지 않는 사람은 전원 학교로 나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놀토의 취지를 살려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거나 야외 나들이를 한 가족들도 많았다. 중학생과 초등생 자녀를 둔 홍모(46·보험업)씨는 “학교 프로그램 참여 대신에 아이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초등생 두 자녀와 인천 강화도 마니산을 찾은 김모(38·회사원)씨는 “아이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는 평소 놀토보다 30% 늘어난 2만5000명이 입장했다. 박병영 한국교육개발원 연구기획실장은 “초기에는 ‘돌봄교실’ 등 학교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하겠지만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해 가족 중심의 여가 문화를 개선해야만 주5일 수업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