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구룡초등 유민규

중앙일보

입력

유민규는 158cm의 키에 41kg으로 다소 마른 몸매를 가지고 있다. 100m를 14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가져 문전에서 수비라인을 쉴새 없이 휘저어 놓는 장기를 가지고 있지만 빈약한 몸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자신보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수비수들이 거칠게 몸싸움을 걸어오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어릴적부터 고치지 못했던 편식습관이 못내 후회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다. 몸싸움은 부족하지만 기술을 연마해 개인기로 다른 선수들을 이기는 수뿐이다.

그리고 합숙생활을 하면서부터 편식습관도 많이 고쳐져서 지금은 이것저것 잘 먹는다. 그래서 조금 더 지나면 몸이 더 튼튼해질 거라 생각한다.

민규가 속해 있는 구룡초등학교는 남해에서 벌어진 초등연맹 전국대회에서 B그룹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민규는 7골로 그룹 득점상과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이번 우승은 지난해 서울시장기에서 우승한 이후에 팀이 얻은 1년만의 우승이자 전국대회 첫 우승이고, 자신에게 가장 큰 상을 받게 한 우승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잔디와 쾌적한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우승과 큰 상까지 받게 돼 민규는 더할 수 없이 기뻤다.

민규가 축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구룡초등학교로 전학오기 전 하남시에서 다니던 초등학교서 인근 지역 육상대회가 열렸는데 거기서 1등을 했다.

마침 구룡초 축구부 감독님이 그 모습을 지켜보셨고 당장 발탁이 돼, 그해 6월 전학을 하면서 축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축구를 시작한 지 이제 갓 1년이 넘은 셈이다. 하지만 민규가 합세해 구룡초등학교가 올린 성적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서울시장기 우승에 이어 올해 서울시 교육감배에서 3위를 차지했고 마침내 전국대회 우승까지 이뤄냈다. 교육감배대회에서는 민규가 득점상도 받았다.

이렇게 잘 해주는 민규가 자랑스럽긴 하지만 이 학교 감독 임성진씨는 오히려 '다른 선수에게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격언을 먼저 했다고 한다.

팀플레이가 우선인 축구에서 개인의 능력이란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 임감독이 민규에게 당부하는 말이었다.

민규의 가장 큰 응원자인 어머니도 민규에게 집중되는 좋은 기회와 상들이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어린 아들의 장래를 걱정했다.

민규는 김도훈 선수를 좋아한다. 당당한 체구로 상대 수비를 압도하는 플레이가 너무 멋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도훈 선수처럼 '확실한 한방이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누구나가 인정하는 '잘 하는 선수'로 자라고 싶다. 지금은 외각플레이에 치중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수비수들과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대형 스트라이커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