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먼저 1조 달러 내놔야 IMF도 1조 달러 주겠다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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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주요 20개국(G20)은 26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IMF 재원을 확충하기에 앞서 유럽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멕시코시티 AFP=연합뉴스]

‘스스로 돕는 자를 돕겠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25~26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결론이다.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숙제인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G20은 즉답을 미뤘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유럽이 꺼내 놓는 돈을 보고 G20도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미적대는 독일에 대한 압박이기도 하다.

 G20 재무장관들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은 4월 재무장관회의(미 워싱턴)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결과에 따라 시기와 규모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내용상의 공감대는 있었다. 로이터는 이미 마련된 자금을 포함해 유럽이 1조 달러, IMF가 1조 달러를 마련하는 데 의견 접근이 있었다고 전했다. IMF 자금 확충은 IMF와 회원국 양자가 차입 계약을 맺어 마련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합의도 나왔다. 그러나 ‘유럽 1조 달러’가 전제되지 않으면 IMF의 1조 달러는 없다고 G20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 99% 합의가 있었다 해도 결정적 1%가 없으면 99%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또 자금을 대는 조건으로 재정위기 개선책 등 이행 규정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G20의 압박이 공식화됐지만 유럽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그리스 등 남유럽 돕기에 비우호적인 독일 여론이 부담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독일이 여전히 소극적이기 때문에 실질적 결정은 3월 말이나 4월 초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판도 있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다 시간만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는 “서로 ‘네가 먼저 움직이라’고 요구하는 이것이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G20의 경제 사령탑들은 세계 경제에 대해선 여전히 불안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주요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공공·민간 부문의 부채,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유가 상승, 여전히 높은 실업률 등이다. 모두 한국도 예외가 아닌 문제들이다. 미래 경제의 방향은 녹색성장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회의에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경제 흐름이) 지난해 G20 정상회의 때 우려한 것보다는 사정이 나아지는 것 같았지만 아직 파티를 할 때는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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