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연습생 신화 박경완 생애 최고의 해

중앙일보

입력

연습생으로 프로야구 선수에 입문했던 '촌놈' 박경완(현대)이 선수생활 10년만에 '대박'을 터뜨렸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40호 홈런을 날리며 이만수(당시 삼성) 이후 15년만에 포수 홈런왕에 오른 박경완은 시즌최우수선수(MVP) 타이틀에도 가장 근접해 있어 생애 최고의 해를 예약했다.

한 시즌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선수 1명을 뽑는 MVP는 프로야구선수로서는 최고의 명예일 뿐 아니라 엄청난 부상과 연봉 상승까지 보장받아 짭짤한 수입까지 챙길 수 있다.

MVP 후보로는 박경완 말고도 팀 동료 임선동과 김동주(두산) 등이 꼽히고 있지만 수비에 부담이 많은 포수로서 홈런왕을 차지한데다 사상 초유의 4연타석 홈런 기록을 세우는 등 인상적인 활약이 돋보이는 박경완이 한발짝 앞서 있는 것이 사실.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데 이어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박경완이 시즌 MVP마저 차지한다면 그야말로 부와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쥐게 된다.

더구나 박경완은 시즌을 마친 12월 17일 피앙세 한수연(23)씨와 백년가약을 약속해놓아 경사가 두세겹 겹친 셈이다.

이런 박경완의 '출세'는 그가 계약금없이 연습생으로 프로야구에 입문했던 전력을 감안하면 더욱 극적이다.

91년 전주고를 졸업한 박경완은 원광대에 입학하려다 사정이 꼬이면서 프로로 발길을 돌렸으나 받아주는 팀이 없어 고향팀 쌍방울에 통사정, 연봉 600만원을 받고 프로선수가 됐다.

그해 쌍방울에 입단한 '어린 왕자' 김원형이 고교 시절 배터리를 이룬 박경완의 입단을 요청하자 구단이 마지못해 받아 들인 것.

별볼일없는 선수로 출발한 박경완은 그러나 조범현코치 밑에서 혹독한 포수 수련을 받으면서 '한국 최고의 수비 포수'로 거듭나 97년 현대로 스카우트됐고 98년 팀을 한국시리즈 첫 우승으로 이끌며 억대 연봉 선수로 성장했다.

어깨 부상으로 우울한 한해를 보낸 박경완이 '수비형'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화려한 공격력까지 갖추면서 홈런왕에 오를 것을 예상한 전문가는 한 사람도 없었듯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박경완이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지 관심이다.(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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