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쫓아오고 암까지 재발 … ‘남미 괴짜’ 차베스 재집권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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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수술 후 암 완치를 선언했던 우고 차베스(58·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악성으로 의심되는 종양이 발견돼 다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건강 문제가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특히 최근 야권 대선 후보로 선출된 엔리케 카프릴레스 라돈스키(39) 미란다주 주지사가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라 승리를 자신하고 있던 차베스 대통령 진영에 비상이 걸렸다.

 차베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밤 국영TV와 전화 연결을 통해 “쿠바 의료진이 지난해 종양을 제거했던 부위에서 새로운 종양을 발견해 곧 쿠바에 가서 제거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며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종양이 악성일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몇 주 동안 국부 방사선 치료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재집권을 향한 굳은 의지는 놓지 않았다. 그는 “지금 나는 신체적으로 새로운 전투를 치를 수 있는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지지자들에게는 선거운동에 더욱 매진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날 국영TV에 출연해 병변의 크기가 직경 2㎝ 정도로 작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해 골반 부위에서 종양을 제거한 뒤 7~9월 쿠바와 베네수엘라에서 네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고 ‘암 정복’을 공언했었다. 하지만 지난 17일부터 그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의료 목적’으로 쿠바에 갔다는 추측이 흘러나왔다. 급기야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그의 암이 온몸으로 전이돼 곧 사망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자 차베스 대통령이 공식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의 대선 구도는 더욱 복잡하게 됐다. 차베스 대통령은 막대한 사회보장 예산 등의 공약을 내세워 저소득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건강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대선 주자인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26세에 최연소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바루타 시장과 베네수엘라 제2의 주인 미란다 주지사에 당선되며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반면 집권당은 차베스 대통령을 대체할 수 있는 후보가 전혀 없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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