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 '우량은행과 합병 가능성' 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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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행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뉴욕거래소에 국내 우량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을 명시한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또 국내 우량은행으로 국민.신한.하나.한미은행을 구체적으로 밝혀 이들 은행과는 연내 합병하더라도 뉴욕증시 상장에는 아무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명하지 않은 은행과 합병할 경우에는 공시위반이 돼 공적자금 투입은행과 합병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택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합병대상은 4개 은행밖에 없으나 사실상 합병대상은 하나.한미은행으로 좁혀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은 같은 소매금융 전문은행이라는 점 때문에, 신한은행은 독자생존 방침을 고집하고 있어 성사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10일 "주택은행이 미국 SEC와 뉴욕거래소에 낸 유가증권신고서 내용을 알아본 결과 국내 우량은행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해 합병 가능성이 있음을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택은행이 뉴욕증시 상장을 이유로 국내 우량은행과 합병을 미루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무근" 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위의 이같은 지적은 주택은행이 최근 뉴욕증시 상장을 이유로 합병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우량은행간 합병을 다그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주택은행 김정태 행장은 이날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뉴욕증시 상장을 이유로 합병을 안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며 "상장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합병대상을 검토할 계획" 이라고 해명했다.

金행장은 합병대상과 관련, "국민은행은 같은 소매금융 전문은행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 고 밝혀 국민은행과의 합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내비쳤다.

金행장은 또 "주택은행은 프라이빗뱅킹과 카드사업부문이 약해 이 쪽에 강점이 있는 은행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신한은행에는 합병 제의를 한 적이 없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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